20년 전 육군 소위로 임관한 후 2주간 유격훈련을 받았다. 훈련 마지막 날 통과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관문은 이른바 '도피 및 탈출'.적진에서 탈출하다가 북한군(유격대 교관)에 잡히면 '지옥'의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물고문은 기본이고 각목을 다리 사이에 넣고 비트는 고문도 당한다. 여기서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뿐.포로수용소를 탈출하든가 아니면 '김일성 만세'를 부르는 것이다. 물론 훈련 상황이지만 대부분 고문을 견디지 못해 북한군에 충성을 맹세하고 만다. 그만큼 고문은 군기가 바짝 든 청년 장교조차 버티지 못할 정도로 비인간적인 행위다. 그런데 대한민국 서울,그것도 검찰 청사에서 고문이 자행된 것으로 최근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연예인 서세원씨가 '매니저가 고문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사실 고문 수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피의자가 고문 수사로 사망하기도 했다. 고문을 가했다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검찰이 진실을 밝힐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 못하면 개혁의 쓰나미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사회부 차장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