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 < 크레듀 대표 mryoung.kim@samsung.com > 요즘 군대 문제로 떠들썩하다. 군대는 대한민국 대다수 남자의 공통적인 경험이어서 그들의 대표적인 화젯거리다. 영원한 공짜 안주라고까지 하지 않는가. 최근 사내에서도 군대가 얘깃거리가 된 적이 있다. 어떤 직원은 전방 총기 사고의 원인이 신세대의 인내심 부족 때문이라고 했고,또 다른 직원은 당사자의 게임 중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대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꼬리를 물었다. 며칠 밤을 꼬박 새우는 행군,영하 30도의 야외 훈련,애인이 면회 왔다가 허리까지 눈이 와서 사흘이나 갇혔던 사건 등 약간의 양념이 더해진 무용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시절이 보람찼다고 말하지 않았다. 좋은 추억의 이면에는 젊은 날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다들 군대에서는 그 지겹던 공부가 정말 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행정병 출신의 한 대리는 서랍 밑에 숨겨져 있던 영어책을 발견하고 도둑 공부하던 재미를 늘어놓았다. 어느 팀장은 친하게 지내던 운전병에게 주말마다 운전을 배워 제대 후 면허를 땄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고 한다. 좋은 학교에 다니는,소위 가방끈이 긴 후임병을 시기하는 것도 여전한 것 같았다. 어차피 사회로 돌아올 사람들인데 당시에는 왜 그렇게 서로를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다. '군대가 손해보는 곳이 아니라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곳으로 인식을 바꾼다면 인생의 충전기가 될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을 해본다. 국가 안보를 위해 군대는 꼭 필요하다. 이 때문에 나 자신에게 손해가 있더라도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군대라는 곳이 개인의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하지 않아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오히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자기계발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국방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얼마 전부터 군대도 주 5일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복무 중 학점 이수도 가능할 전망이다. 분명 좋아지고 있다. 국가와 민족,조직과 개인,인내와 도전,지성과 인성 그리고 건강한 신체까지.군이라는 국가교육기관이 국가안보와 함께 성숙한 국민을 길러내는 곳이 되면 좋겠다. 이제부터는 얼차려 대신 공부를 시켜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