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존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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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
낙관과 비관의 두 견해가 팽팽히 맞서있는 가운데 성매매 근절을 위한 각국의 노력은 그야말로 필사적이다.
사법적인 잣대로 성매수자를 처벌하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때로는 계도 프로그램이 오히려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스웨덴의 경우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성(性)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나라지만 매매춘은 사회적인 골치거리였다.
생각다 못한 정부는 우선 말모(Malmo)지역을 선정해 매춘여성의 구제에 나섰다.
직업을 알선해 주고 의료혜택을 제공하면서 한편으로는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임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1980년대 초에 시행된 이 '말모프로젝트'는 예상밖의 성공을 거두어,마약에 중독된 몇몇 여성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성매매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성매매방지 교육프로그램인 '존 스쿨(John school)'은 세계 20여개 도시에서 활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10년전부터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성매수자는 물론 포주와 인신매매범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존 스쿨 이수자의 재범율이 2% 안팎이라고 한다.
세이지(SAGE)라고 하는 한 시민단체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교화프로그램이 이토록 성공을 거둘 줄은 아무도 생각치 못했다.
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방지법 발효 이후,매춘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 사법당국이 오는 8월부터 존 스쿨제도를 도입한다는 소식이다.
성매매종사자의 인권유린 사례를 통해 성매수자의 심경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게 그 목적이라고 한다.
강제와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 듯 하다.
캐나다에서는 성구매자의 신상을 신문과 존-TV에 공개하고 현장사진을 확보해서 가정에 보내는 등 일종의 충격요법을 쓴다.
그렇다고 재범율이 낮아지기는 커녕 사생활침해와 가족이 겪는 심리적 고통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될 뿐이다.
고질적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성범죄자에게 일종의 주홍글씨 같은 전자팔찌를 채워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어서인지,존 스쿨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