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적인 회사 분위기에 매료돼 이 회사를 택했어요.


남들이 가기 꺼리는 길을 선택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3년 전에 이미 요즘 한창 유행하는 블루오션전략을 취하지 않았나 싶어요."


포스코 광양제철소 공정수하부 생산기술팀에 근무하고 있는 이지애씨(23)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쳐난다.


소녀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앳된 외모와 달리 꼼꼼한 일 처리와 탁월한 기획력을 무기로 쇳물을 다루는 남성 중심의 직장에서 '철녀(鐵女)'로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3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산업공학 전공)을 졸업할 무렵 KAIST 출신 선배들의 입사설명회를 듣고 주저 없이 지원서를 썼다.


졸업 동기들이 대개 학계나 연구소 등을 선택할 때 그는 현장을 지원한 것이다.


입사 이후에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싶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여자 입사 동기(7명) 대부분이 서울사무소 등을 택했을 때도 유일하게 광양제철소를 지원했다.


이왕 선택한 직장이니 만큼 현장에서 기초부터 착실하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씨가 근무하는 곳은 제철소 내 업무 효율성 강화와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기획 검토하는 핵심 부서.개인 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지만 그는 처음부터 남달랐다.


입사한 지 6개월이 채 안 돼 두각을 나타냈다.


'불량제품의 효율적 이용방안' 등의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회사가 이를 전격 채택한 것.이때부터 동료들은 그를 '이 박사'라고 불렀다.


머릿속에 갖가지 아이디어를 담고 다닌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회사 컴퓨터의 화면보호기 아이디어 공모에서 파워포인트로 제작한 그의 작품이 최우수상을 받는 등 업무 외 영역에서도 재능을 발휘했다.


그의 일 욕심은 남달랐다.


"입사 초기에는 따로 퇴근시간이 없었어요.


그날 일은 그날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제 성격 때문이었지요." 그는 일 때문에 지금도 간혹 휴일날 '나홀로 출근'을 하고 있다.


또 시간이 날 때마다 제철소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다.


제철소 근무를 현장 체험의 호기로 활용하라는 선배들의 조언이 늘 귓전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부서의 오병태 과장은 "전체 직원 7000여명 중 여직원이 10명에 불과할 정도로 여성이 귀한 회사여서 잘 적응할지 걱정했지만 특유의 일 욕심과 친화력으로 지금은 부서 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블루오션 전략을 보면서 제 결정에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새로운 가치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일만 빼고 나머지 일상생활은 되도록 쉽게 생각하며 자신의 생각을 거침 없이 표현하는 신세대인 이씨는 "앞으로 유학을 통해 경영학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 분야에 대한 그의 겁 없는 도전정신과 일에 대한 끊임없는 욕심을 감안할 때 30년 후 포스코의 첫 여성 CEO가 되겠다는 이씨의 당찬 포부가 새내기 사원들이 으레 하는 소리로만 들리지 않았다.


광양=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