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엔 수분과 전해질 보충 여행을 떠나서 가장 흔히 생기는 게 복통과 설사다. 기온이 높고 습한 데다 휴양지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온갖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등 다발 세균과 최근 들어 자주 나타나는 이질균과 콜레라균에 의해 설사나 식중독이 일어날 수 있다. 대부분 음식을 끓여 먹고 평소 손을 깨끗이 씻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아울러 해변에 놀러가서 생선이나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는 일을 삼가야 한다. 설사가 심하면 수분과 전해질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므로 끓인 보리차물 1000cc에 설탕 두 차숟갈,소금 반 차숟갈을 넣어 마신다. 시중에 나와있는 전해질 이온음료나 경구용 포도당 가루 등을 활용하면 더욱 좋다. 설사가 나면 미음이나 쌀죽 등 소화되기 쉬운 음식에 담백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반찬을 곁들여 먹도록 한다. 복통까지 있으면 따뜻한 수건 등으로 배를 따뜻하게 감싼다. 설사가 심하지 않고 일과성인 경우에는 지사제로도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감염성 설사일 때는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고 항생제도 아무 것이나 쓰면 안된다. 감염성인 경우에는 링거액을 주사맞고 특수항생제를 복용하는 등 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오염된 물건 만지면 눈병 수영장이나 해변 샤워장에서는 유행성 각결막염에 걸리기 쉽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데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1주일 가량의 잠복기를 지나면 눈에 충혈,이물감,가려움,작열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눈꼽이 끼고 눈두덩이 부어오르며 임파선이 붓거나 진득한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수영장과 샤워장,피서지와 인근 음식점의 오염된 물 음식 식기 물수건 수건 손잡이 세면대 등을 통해 주로 감염된다. 주로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므로 1~2주 지나면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다. 인터페론연고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눈이 몹시 아플 경우 얼음 물수건으로 하루에 4~5회 눈을 냉찜질해 주면 심한 증세가 가라앉는다. 전문의와 상의 없이 함부로 안약을 쓴다든지 식염수로 씻거나 안대를 하면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콘택트렌즈 착용자가 눈병에 걸렸을 때는 렌즈와 케이스를 함께 버리는 게 좋다. 휴가철엔 1회용 콘택트렌즈를 쓰는 게 경제적이고 위생적이다. ◆함부로 귀 후비지 마세요 물놀이 때 생긴 귓병은 포도상구균과 같은 세균이 외이도(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통로)로 침입한 게 주 원인이다. 외이도가 물에 젖으면 피지선과 땀샘이 확장되면서 세균에 쉽게 감염된다. 처음에는 귀 점막이 붓고 진물이 흐르다 통증이 심해지면 수면장애 식사곤란까지 나타난다. 초기에는 항생제로 적절히 치료할 수 있지만 심해지면 소염제 진통제를 함께 복용해야 한다. 귀에 물이 들어간 것보다도 젖은 귀를 후볐을 때 발병위험이 커지므로 손가락이나 귀이개 성냥개비로 함부로 후비지 말고 깨끗한 물로 샤워한 후 면봉으로 물만 빨아내도록 한다. ◆더울 때 어지러우면 그늘로 열사병은 오랫동안 더운 곳에 있어 체온조절 중추가 마비되는 것으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지만 몸에선 땀이 안난다. 두통 구역질 무력증 권태감이 증상인데 노인에게 잘 발생한다. 환자를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겨서 옷을 벗기고 얼음주머니로 체온을 39도 미만으로 급속히 떨어뜨리며 생리식염수를 마시게 해야 한다. 응급조치 후엔 반드시 병원으로 옮긴다. 일사병(열실신)은 증상은 열사병과 비슷하나 맥박수는 빨라지고 체온은 정상이다. 여자나 어린이에게 잘 생긴다. 땀을 과도하게 흘려 체액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말초혈관의 확장으로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이 감소해 뇌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해 생긴다. 시원한 곳에 옮겨 안정시키고 식염수가 아닌 물을 공급해야 한다. 흐린날 서늘한 바다에 들어가 해수욕하거나 해변이나 산에서 만취 후 잠들면 저체온증에 빠지기 쉽다. 즉각 담요로 감싸 수시간 안정을 취해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