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홍(紅)·황(黃)·녹(綠) '삼색(三色)바람'이 거세다. 홍색여행(紅色旅遊),황색 인터넷사이트(黃色口站),녹색 GDP(국내총생산) 등이다. 이들 신조어는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고민과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관심을 끈다.



'홍색여행'은 공산당 혁명 성지와 민족주의 투쟁 현장 등 30개 코스를 여행지로 개발하는 계획이다. 올해 초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2004~2010년 홍색여행 발전계획'을 발표한 이후 중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고취시킴으로써 사회 불안의 불씨를 잠재우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들어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이징과 톈진을 잇는 제1 코스에는 중국인민 항일기념관과 중·일 전쟁의 시발지인 루거우차오(蘆溝橋),톈진시 저우언라이(周恩來) 기념관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 공산당이 창당한 1921년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1949년까지의 '붉은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려는 것이다.


랴오닝성은 지난 7일부터 선양시를 시작으로 홍색여행지로 지정된 52개 유적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펴고 있다. 헤이룽장성의 성도 하얼빈시에서는 이달부터 시작된 홍색여행 캠페인에 매일 300명 이상이 참가하고 있다.


하얼빈시는 홍색여행지로 가는 단체관광단에 기차표를 할인해 주는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푸젠성은 기존의 유명 관광지와 홍색여행지를 연계하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만들어 호평을 받고 있다.


홍색여행은 공산당의 집권능력을 강화하려는 포석도 담고 있다. 공산당은 6900만명의 당원을 배경으로 중국을 '일당독재'하고 있지만 지난해 4만9000명이 부패 혐의 등으로 당원직을 박탈당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또 홍색여행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혁명 유적지의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 성격도 짙다. 신화통신은 "당·국가·인민에 도움이 되는 경제·문화·정치적 프로젝트"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황색 사이트'는 사이버 세계에서 판치고 있는 음란사이트를 지칭하는 말로 중국 사회의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무원(중앙정부) 신문판공실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6월 중국인터넷협회 내에 불법 및 불량정보신고센터를 세운 이후 1년간 1800여개 사이트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황색 사이트는 1264개로 가장 많았다.


부패관리들이 공금을 탕진하는 주요 창구로 지적되고 있는 도박 사이트도 300여개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황색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만이 아니라 온라인게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황금시장으로 떠오를 만큼 급성장하는 이면엔 성 문란 및 폭력성을 조장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황색 단속'은 중국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산 온라인 게임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녹색 GDP'는 환경오염 비용까지 감안한 GDP를 의미한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의 성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뒷받침하는 경제모델을 모색하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다.


중국 국가환경총국은 국가통계국과 공동으로 지난 3월 베이징 톈진 저장 허베이 등 10개 성과 시를 녹색 GDP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녹색 GDP가 강조되면서 기업모델론에도 녹색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환경친화적인 기업모델을 지향하는 '녹색 고양이론(論)'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인 후안강 칭화대 교수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최고라는 뜻)'이 개혁·개방시기를 이끌었던 것처럼 지금은 효율과 질을 중시하는 '녹색 고양이'가 필요하다"며 "공원같은 공장을 운영하는 포스코가 바로 녹색 고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후 교수는 지난 3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을 칭화대로 초청,강연을 들었을 정도로 포스코 경영이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