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낮은 근로자에 대해 현금으로 근로소득을 보충해주는 이른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도입의 타당성(妥當性)에 대한 정부 용역결과가 눈길을 끈다. 한국조세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는 1단계로 자녀가 있는 근로자 가구에 대해 우선 시행하는 등 단계별 시행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도입시기에 대해서는 필요한 준비과정 등을 감안할 때 2008년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는 정부가 EITC를 제기했을 때 이 제도의 졸속 시행은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보고서가 단계별 시행과 함께 필요한 준비과정을 감안한 도입시기 결정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저소득 가구가 열심히 일해 돈을 더 벌면 정부지원을 더 받게 하는 등 근로의욕을 북돋워 주겠다는 EITC의 취지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경제적ㆍ사회적 여건이 얼마나 성숙해 있느냐는 것이다. EITC 도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세제 인프라 구축이 돼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국세청이 신뢰성 있는 소득파악 장치를 보유하고 있는 대상은 임금근로자 74%, 자영업자 29∼49% 정도에 불과하고 자영농어민의 경우는 사실상 소득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서둘러 시행하다간 각종 편법과 그로 인한 도덕적 해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보고서에서 2008년부터 단계별 시행을 내놓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겠지만 솔직히 이마저도 과연 제대로 될지 걱정이다. 재원 마련도 문제다. 보고서는 EITC 3가지 방안을 제시하면서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5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推算)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계적으로 도입할 경우 그렇다는 것이고 앞으로 자영업자로 확대해 미국과 영국 수준으로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2조∼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설득력있는 재원확보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만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의 경제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것도 걱정되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근로소득보전세제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 시행시기와 대상 폭 등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