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씨(57)가 신작 장편 '개'(푸른숲)를 펴냈다.


가야금 명인 우륵의 삶을 통해 예술의 궁극적 의미를 탐구한 장편 '현의 노래' 이후 1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소설은 두 발바닥과 몸뚱이 하나만으로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진돗개 보리의 눈을 통해 인간의 삶을 돌아보는 우화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작가는 살아간다는 일의 어려움과 그 속에 숨겨진 생의 의미를 섬세하면서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보리의 눈에 비친 인간세상의 부조리들,덧없는 욕망과 집착,이로 인해 고통받는 인간의 허약함과 슬픔도 놓치지 않는다.


'개'는 전작들에서 작가가 보여주었던 허무주의적 색채에서 벗어나 따뜻하고 건강한 세계를 그려낸다.


어린 강아지 보리가 처음 세상에 나와 엄마의 품에서 젖을 빨고 형제들과 부대끼며 체온을 느껴가는 과정이나,나무와 풀,숲과 강,바람 등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이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의인화된 보리의 말 속에는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드는 유머도 들어 있다.


'개 노릇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아.더 중요한 공부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정확히 알아차리고,무엇이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무엇이 사람들을 괴롭히는지를 재빨리 알아차리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야.아주 어려운 공부지.말하자면 눈치가 빠르고,눈치가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야.'(27쪽)


김씨는 "나는 개발바닥의 굳은 살을 들여다 보면서 어쩌면 개 짖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개들을 대신해 짖기로 했다.


짖고 또 짖어서 세상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눈부시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묵화가 김세현씨의 포근하면서도 넉넉한 삽화가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