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권의 주택가가 달라지고 있다. 도쿄 도심은 물론 외곽 곳곳에서 재래식 주택을 헌 자리나 빈 터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2003년 시작된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아파트 건설붐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공급 과잉이 이어져 '아파트 버블(거품)' 붕괴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의 아파트 공급 과잉은 수치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공급량은 9만가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버블기인 1990년에도 4만가구에 불과했고,1990년대 후반 역시 8만가구에 그쳤다. 하세카와 메이카이대 교수(부동산학)는 "장기불황 탈출 후 구매자들이 아파트 구입에 나서자 건설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아파트를 지으면서 공급 과잉이 빚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분양가는 도쿄 도심 23개 구의 경우 1990년 ㎡당 153만엔에서 지난해 74만엔으로 하락,소비자들의 구매 여건이 크게 좋아졌다. 게다가 1990년대 초 연 7~8%이던 주택금융 금리가 2%까지 떨어져 자금 부담도 작아졌다. 여기에 투기 수요도 가세하고 있다. 10년 이상 계속된 저금리 기조 속에 여윳돈을 가진 개인들이 투자처로 아파트를 노리고 있다. 기관투자가도 부동산투자신탁(REIT) 상품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공급시장에서도 버블 요인이 많다. 토지를 소유한 회사나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건설시장에 뛰어들어 아파트 건설회사 수는 버블기의 3배 수준인 300개로 늘어났다. 정부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경기 부양책으로 아파트 용적률을 완화해 도심 내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실제 수요층은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 인구는 내년부터 감소,2020년께 현재보다 500만명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도 1%대에 머물러 아파트 구입자 수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대로 공급 과잉이 이어질 경우 아파트 버블 붕괴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세카와 교수는 "건설회사들도 인구 감소 시대에 대비,리폼 및 유지 관리 등 소프트한 사업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