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여성우대' 경영이 화제다.


회사측은 남녀평등의 인사 원칙을 실천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 남성 직원들 사이에서는 "역차별이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이 회사가 올해 채용한 대졸 신입사원은 25명.이 가운데 60%인 15명이 여성이다.


2003년(48%)과 2004년(47%)보다 비율이 더 높아졌다.


해외 근무가 많은 해운업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주력인 분야.타 해운사의 여성 채용 비율은 아직도 20% 선에 불과한 실정이다.


역시 해외 근무가 많은 종합상사 중에는 여성을 한 명도 뽑지 않는 곳도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에선 상황이 다르다.


이 회사에서 "여성은 차별받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사라진 것은 1980년대 중반 조 회장이 전무로 부임한 이후 남녀평등 경영을 끊임없이 추구해온 결과라는 평가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력대로 인재를 뽑고 배치하자"고 역설한다.


여성들이 필기시험에서 약진하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면접을 통해 남녀 채용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조 회장의 방침은 "실력대로 뽑아야지 인위적으로 비율을 조절해서는 안 된다"는 것.


조 회장의 남녀평등 경영은 신입사원 채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은 배에 태우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고 지난 96년부터 모두 15명의 여성 해기사를 선발했으며 현재 6명의 해기사들이 오대양을 누비고 있다.


수년 내 여성 선장과 기관장도 배출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여성들의 해외 근무 기회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97년 첫 여성 주재원을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독일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 핵심 지역에 11명의 주재원을 파견했고 조만간 여성 지점장도 탄생할 전망이다.


조 회장의 남녀평등 경영은 직급별 여성 비율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전체 직원의 23%가 여성이며 과장급 이하는 39%,사원급은 무려 46%에 이른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10년 후 여성 임원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두고 있다.


최근 울산에서 열린 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명명식엔 부인과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두 딸이 참석했다.


딸만 둔 '아버지의 심정'이 남녀평등 경영을 강력하게 실천한 배경이 됐을 것이란 해석도 없지 않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