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장급의 절반 가까이는 아마 전셋집에서 살 것입니다." 사실을 과장한 것일 수도 있지만 증권업계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 말은 주식투자가 녹녹지 않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내가 좀 안다'며 대박 한 번 터뜨리려다 쪽박 찬 눈물겨운 사연은 증권가에 차고 넘친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주식에 투자해서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적립식 펀드 열풍은 이 같은 개미들의 실패 경험이 만든 결과물일 것이다. 최소한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매월 5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적립식으로 유입시키고 있다. 적립식 펀드는 증권사들이 자금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최고의 전문가들이 주식 운용을 대신한다는 게 일단 든든한 점이다. 또 한꺼번에 큰 돈을 맡기는 게 아니라 소액으로 매달 꾸준히 투자하기 때문에 종자돈이 많지 않은 대부분의 개인투자자,특히 월급쟁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적립식 펀드란 은행 적금처럼 매월 일정액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상품이다. 물론 펀드 상품인 만큼 운용 성과에 따라서는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립식은 위험을 분산시키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투자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가가 하락할 때 많이 사고,내릴 때 덜 사며 매입 단가를 낮춰 가는 이른바 '코스트 에버리징(Cost Averaging)' 효과 때문이다. 예컨대 주가지수 1000포인트에서 매월 30만원씩 적립할 경우 1만원짜리 주식을 펀드에 편입하면 30주를 살 수 있다. 이후 주가가 500으로 떨어지면 매수 가능 주식은 60주로 늘어난다. 이렇게 꾸준히 사들어 가면 평균 매입 가격이 낮아지는데,이를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라고 부른다. 매월 일정 금액을 일정 시점에 입금하면 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큰 돈을 맡겨 두고 주가 등락에 그대로 노출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평균 매수 가격이 주가 수준보다 낮을 때 자금을 인출하면 이익을 확정할 수 있다. 결국 가입 시점보다 환매 시점을 잘 선택하는 게 투자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적립식 펀드는 주가가 박스권을 형성하며 우상향할 때 가장 많은 수익이 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증시 상황과 잘 들어맞는 셈이다. 정부가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시중자금을 증시로 유도하려고 장기 적립식 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인 점도 매력을 더할 전망이다. 5년 이상 적립식 펀드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다음 달 말 나올 부동산종합대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랜드마크투신 최홍 사장은 "적립식 펀드는 소액으로도 우량주들을 분할 매수하며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