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침체 경제' 현실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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兪 炳 三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얼마전 한국은행이 금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당초의 4.0%에서 3.8%로 내려잡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고유가가 지속되는데다 세계경제도 위축되는 형세인 반면 수출둔화를 만회할 만큼 내수회복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것조차도 낙관적이란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경제에 올인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이 민간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제가 오랫동안 침체에 빠져있다 보니 이제는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4%대라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적인 부러움을 샀던 고속성장의 추억은 이젠 전설처럼 아득하다.
경제 선진화에 따른 성장률의 점진적 하락은 당연한 면이 있지만 이같이 급속한 감퇴는 감당하기 어렵다. 일본은 우리보다 1인당 소득에선 3배,GDP 규모에선 7배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1인당 소득은 훨씬 뒤져있으나 경제규모는 우리의 2배이다.
그런데다 그들은 근래에도 연 9%를 넘는 쾌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 통일을 염원한다면 그나마 이것도 순진한 계산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동북아 중심국가가 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오히려 열강에 이리저리 치여 지냈던 과거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지나친 기우일까.
필자도 70년대 말 2년여 동안 직장생활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엔 야근을 밥먹 듯했다. 휴일에 나간 적도 여러 번이다. 수당이 있거나 상사의 압력이 심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당시의 직장 분위기라는 것이 그랬다.
이달부터 주5일제 근무가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공무원들도 여기에 합류했다고 한다.
제도야 어찌됐든 변함없이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은 틀림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를 지배하는 제도가 적게 일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으니 잠재성장률의 저하는 필연이다.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고 여가산업이 발전하며 고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장기 국민소득의 저하가 그 효과의 대부분을 상쇄할 것이다.
적어도 기술력(총요소생산성)이 경제를 충분히 이끌어주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그럴 수밖에 없다.
아직은 그런 상태가 못되기에 결국 우리는 잔치를 너무 일찍 시작한 셈이다.
그래서 우리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전망은 당분간 희박하다.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투쟁하는 노조의 구성원들도,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부르짖는 정치가들도 이 큰 흐름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다함께 그렇고 그렇게 사는 것은 가능하겠으나 다함께 잘사는 나라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되도록 잔치를 줄이고 신속히 기술력을 키우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현실에 낙관론을 주입하는 노력을 이제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우리 경제는 완전히 회복된 바도 없으며 지금의 성장이 무난한 것도 아니다.
좀 있으면 기대하는 만큼 좋아질 가능성도 낮다.
그러기에 오히려 현실을 국민에게 주지시키고 월드컵 대회의 응원단장이라도 된 듯 국론을 모으고 국가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맞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가 다음 단계로 이전할 수 있도록 토양을 배양하는 데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 중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교육은 인재를 기르는 것이 최우선이다.
건전한 시민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학문의 수월성을 선도할 인재를 길러야 한다.
이것은 분명히 사교육비 문제라든가 '기득권'층의 재생산이라는 문제에 앞서야 할 절대적 과제이다.
그리하지 않으면 경제에도,국가의 장래에도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가능한 동질의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는 대학의 노력은 이런 맥락에서 존중돼야 마땅하다.
그 다음 문제들은 되도록 교육의 수월성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고려돼야 맞다.
교육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