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폰이 국내에서 외국산에 밀리는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특정 제품에 국한된 현상이긴 하나 삼성 휴대폰이 홈코트에서 외산에 밀린 사례는 수년래에 거의 없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불붙기 시작한 국내 초슬림폰 시장에서 미국 모토로라의 '레이저'는 2만3000대 이상 팔린 반면 삼성전자 'SCH-V740' 판매량은 7000여대에 그쳤다.


세계 3위 휴대폰 메이커인 삼성전자와 2위 업체인 모토로라가 초슬림폰으로 국내 시장에서 정면 대결을 펼쳐온 터라 이 같은 판매실적 격차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사의 초슬림폰은 두께가 14.5mm에 불과하고 무게도 98g밖에 안돼 주목을 받고 있으며 최근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휴대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판매 추이를 보면 모토로라의 레이저는 지난달 초 첫선을 보인 이래 하루 평균 700∼800대가 팔리는 '대박'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은 휴대폰 경기 호황 때의 수준에 버금간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대개 하루 판매량이 500대를 넘을 경우 '히트폰'으로 분류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마케팅 공세를 펴고 있는 '블루블랙폰'의 하루 판매량이 500대에 불과할 정도로 '대박폰'이 드문 상황에서 레이저의 실적은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가 모토로라의 레이저 한국 출시와 동시에 내놓은 초슬림폰 'SCH-V740'의 하루 판매량은 약 350대로 모토로라의 절반 수준이다.


제품 출시도 예정보다 지연됐고 공급도 달려 실제 판매실적(개통 기준)이 이 정도 수준에 불과한 것.


모토로라 레이저의 초기 성공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400만대 이상 팔린 히트상품인 데다 한국 시장을 철저히 분석한 후에 제품을 내놓은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분석했다.


해외보다 한국에 1년가량 늦게 출시,인터넷과 입소문을 통한 구전홍보 기간을 충분히 잡아 패션에 민감한 젊은층과 전문직 고소득층의 대기수요를 촉발했다는 것.또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100만 화소 이상의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모토로라는 한국 외의 시장에서 주로 30만 화소대 카메라를 장착한다.


업계 관계자는 "초슬림폰은 배터리 지속 시간이 짧고 슬림화에 따른 잔고장이 많은 약점이 있지만 디자인이 빼어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삼성이 하반기엔 해외시장에도 초슬림폰을 내놓는 만큼 양사 간 대결은 더 볼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