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릴리 등 다국적 기업들이 잇따라 공장을 철수하는 것은 한국이 더 이상 생산기지로서의 메리트를 갖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들이 한국 철수 이유로 글로벌 차원의 구조조정을 내세우고 있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이 글로벌 생산 경쟁에서 탈락하고 있는 것이다. ◆인건비 상승이 공장철수 이유=다국적 기업들은 한국 공장 구조조정의 가장 큰 이유로 높아진 인건비를 꼽고 있다. 지난 3월 경기도 군포 공장을 폐쇄한 한국와이어스 관계자는 "한국의 인건비가 높은 편"이라며 "와이어스의 아일랜드 공장보다 한국의 인건비가 더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와 노조 간의 잇딴 마찰도 원인으로 꼽힌다. 2002년 공장을 매각한 한국노바티스는 임금 인상과 단체협상 관철을 위해 이전 4년여 동안 파업해 왔다. 공장을 운영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정책적인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도 이들 기업이 떠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외국 기업들이 원하는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적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경우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수입 의약품에 대해 의료 보험이 적용된 것도 국내에서 공장을 운용하는 이점을 잃게 했다는 얘기다. ◆한국,생산기지서 판매처로 전락=다국적 기업들의 공장 철수는 곧 한국이 기존 생산기지에서 단순한 판매시장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 기업이 해외 공장에서 제품을 들여와 한국에선 단순하게 판매하는 전략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레고코리아는 오는 8월부터 미국 덴마크 체코 등 해외 공장에서 기존 완구제품을 전량 수입해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와이어스는 올초부터 비타민제 '센트룸',소염제 '바리다제' 등 의약품을 미국 영국 등지의 공장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릴리는 지난해 8월부터 항생제 의약품을 전량 미국 공장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GSK도 올해 말부터 영국에서 항생제를 들여올 계획이다. 문혜정.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