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경제 희망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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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에 '희망이 없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2개국의 올 경제성장률이 당초 1.6%에서 1.3%로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전망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 없다는 비관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2일 "노동시장 구조개편 등의 개혁이 없을 경우 20년 뒤에는 유로존의 성장률이 현재의 반토막으로 추락할 것"이라며 강도 높게 경고하고 나섰다.
심지어 HSBC는 "개별 국가 처지에서는 차라리 유로존을 깨고 개별 통화체제로 복귀하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유로존 자체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20년 뒤엔 성장률 반토막 난다
OECD는 이날 "이대로 가다간 유로존 12개국의 경제성장률이 오는 2020~2030년에는 0.9%로 축소될 것"이라며 노동시장 혁신,생산성 향상 등 경제 부양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촉구했다. 0.9%의 성장률은 지난해 유로존 성장률(2%)의 절반도 안 되는 것이다.
OECD는 지난 5월 예측한 올해(1.25%)와 내년(2%)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했으나 2010~2020년 간 성장 전망치는 종전 1.9%에서 1.3%로 대폭 낮췄다.
유럽의 장기발전 프로그램인 '리스본 아젠다'가 2010년까지 성장 목표로 잡은 3%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 역시 이날 유로존의 성장 전망을 대폭 낮췄다. 장 클로드 정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EU 재무장관 회담 후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3%로 내려잡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비관적인 전망을 반영,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차라리 유로존 깨라' 권고도
HSBC의 연구위원 로버트 반데스포르드와 그윈 하체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경제성장 단계나 산업구조 등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경제통합을 추진하다보니 부작용이 크다"며 "유로존을 깨고 각자의 통화로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유로존에서 경기 침체가 가장 심한 이탈리아의 경우 다시 리라화를 도입하는 것이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일본과 같은 제로금리 정책을 통해 경기 진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정치 통합 지연이 불확실성 더 높여
지난달 EU가 통합유럽 헌법 비준 마감시한을 2007년 이후로 미룬 것도 유로존 경제에는 악재다.
유럽의 정치 통합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유로화 가치는 이후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유럽 경제에 또 다른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유로의 약세는 수출단가 인하 등 이점도 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을 높여 가뜩이나 침체된 유로존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을 유발할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미국과 유럽의 금리차이가 1.25%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고금리를 찾아 자금이 대량 유출되고 있어 유럽 경제는 사면초가에 처한 양상이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