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바이 코리아'에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 순매수 규모가 벌써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외국계 증권사 영업담당 임원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이 '중립'에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지금 분위기라면 외국인 매수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돌아온 외국인 상반기 중 2499억원 순매수에 그쳤던 외국인들은 7월 들어 13일까지 연속 순매수를 보이며 1조145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2월 1조4640억원에 이어 올 들어 월별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12일에는 무려 3062억원에 달하는 폭발적인 매수세를 보였으며 13일에도 74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과 개인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내놓은 매물을 외국인들이 거뜬히 소화하며 종합주가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상태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13일까지 삼성전자(5605억원),포스코(1163억원),국민은행(953억원),현대자동차(841억원) 등 대형주 중심으로 매수세를 강화했다. UBS증권 안승원 영업담당 전무는 "한국 시장 종목에 대해 묻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현재로선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CLSA증권 김기수 영업담당 전무는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2분기에 바닥을 찍고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향후 6~12개월을 내다보고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시장 구조가 바뀌었다' 외국계 증권사 임원들은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관의 비중이 커지면서 한국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든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반가운 변화라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 임태섭 대표는 "한국 시장이 저평가됐던 요인 중 하나는 국내 기관들이 덜 샀기 때문인데 이 같은 한국 시장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하반기부터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매수세를 부추기고 있으며 원화 환율 상승(원화 약세),북한과의 대화 재개 등도 호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기수 전무는 "새로운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기존 투자자들이 비중을 확대하는 상황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그동안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던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대형 수출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삼성전자 하이닉스 LG필립스LCD 등 빅3 대형 IT(정보기술)주가 장을 이끌고 기타 수출주들이 따라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씨티글로벌증권 유동원 상무는 "한국 정부가 콜 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적립식 펀드로 자금 유입이 이어져 주가가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 외국인들이 사고 있는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덜 오른 삼성전자 등 대형주 위주의 단기적 모멘텀은 기대할 수 있지만 미국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마냥 늘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