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마이크로, 빅딜 제안 ‥ 하이닉스 인수戰 '태풍의 눈'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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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의 노어(NOR) 플래시메모리 라인 일부를 떼어주는 대가로 하이닉스 지분을 사들이고 싶다는 ST마이크로의 제안은 일단 양사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문제는 필연적으로 하이닉스의 '주인 찾아주기' 작업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어 회사는 물론 채권단 내부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분 매각을 위해 전략적 투자자를 적극 물색한다는 게 채권단의 기본 입장이어서 특별히 ST마이크로를 배척할 이유는 거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이닉스 수익 다원화 효과
하이닉스가 ST마이크로의 제안을 수락할 경우 메모리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우선 기존 D램과 낸드(NAND) 플래시메모리 사업 외에 노어 플래시메모리를 추가해 종합 메모리반도체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갖출 수 있다.
또 노어 플래시메모리 사업에 상당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ST마이크로의 기술과 인력 노하우 등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어 별도의 진입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ST마이크로는 지난 1분기에 이 분야에서 2억5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인텔 스팬션(AMD와 후지쓰의 합병 회사)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노어 플래시메모리는 D램과 달리 가격 변동폭이 그다지 크지 않아 반도체 경기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안전판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D램 사업 비중이 높아 반도체 경기에 민감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하이닉스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퓨전 메모리로 강력한 시너지
ST마이크로는 하이닉스로부터 D램과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세계 반도체 업계 최고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는 '퓨전 메모리' 시장에서도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낸드 제품을 기반으로 D램이나 Ut램을 결합시킨 MCP(다중 칩) 제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ST마이크로는 어떤 형태로든 메모리 사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T마이크로의 비메모리 사업품목은 3000여개에 달하며 디스크리트 다이오드 및 트랜지스터에서 가장 정교한 시스템온칩(SoC) 디바이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갖고 있어 주력 사업을 퓨전 메모리로 전환하기에 좋은 여건이다.
ST마이크로는 이미 중국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메모리 제품의 3분의 1을 가져가기로 하이닉스와 약정을 해둔 상태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메모리 전문업체인 하이닉스와 비메모리 전문인 자사와의 강력한 시너지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쨌든 ST마이크로는 이미 중국공장 합작을 성사시킨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지분매입 의사를 기민하게 전달해 옴으로써 향후 하이닉스 매각 과정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채권단 반대하지 않을듯
하이닉스가 ST마이크로의 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채권단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하이닉스가 구조조정촉진법을 졸업해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했다고는 하지만 지분 매각은 채권단의 '출자주식 공동관리협의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양사의 제휴를 반대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어차피 전략적 투자자나 금융 투자자에게 단계적으로 보유 지분을 넘겨야 할 상황인 데다 하이닉스의 중·장기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제동을 걸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ST마이크로측에 지분을 넘겨주는 시기를 1차 지분 매각(23.2%)이 예정된 올 하반기로 할 것인지,아니면 나머지 51.0%를 매각하는 내년 이후로 할 것인지는 유동적일 수 있다.
ST마이크로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되면 지분 매각 시기를 늦출 수도 있는 분위기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