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천군'‥ 얼빵 이순신 구하기 '백투더퓨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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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기 감독의 SF판타지 '천군'은 북한 핵무기 문제와 이순신 장군을 극중에서 교차시키는 독특한 구성의 영화다.
단 관객들이 쉽게 공감하도록 이순신 장군을 영웅이 아닌 범인(凡人)으로 그려낸다.
감독의 이런 구상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짜깁기한 양식으로 표현된다.
영화에서 남북한 군인들은 핵무기를 둘러싸고 다투다가 돌연 시공을 뛰어넘어 이순신 장군의 삶 속로 뛰어든다.
주인공들이 433년 전의 역사 현장으로 돌아가는 원동력은 한반도 주위를 지나치는 혜성의 인력이다.
등장 인물들이 시공을 초월해 펼치는 모험담이라는 점에서는 '백투더퓨쳐'와 '스타게이트' '2009로스트메모리즈' 등과 닮아 있다.
'천군'은 '2009로스트메모리즈'처럼 민족주의를 내세운다.
영화 속 현재의 남북한은 핵무기를 함께 개발하지만 강대국의 압력으로 폐기처분해야 할 입장이다.
남북한 군인들이 과거여행에서 마주친 선조들은 여진족의 침입에 맞서 싸워야만 할 처지다.
군인들은 우여곡절 끝에 이순신의 휘하에 들어가 여진족과 싸운다.
한반도와 핵무기 문제를 한민족과 열강의 대결국면에서 바라보도록 하려는 의도다.
영화에서 이순신은 무과에 낙방해 좌절하고 방황하는 청년으로 묘사된다.
그것은 위인으로부터 엄숙함을 벗겨내려는 요즘 영화계의 풍조를 반영하고 있다.
이순신이 무과에 낙방했고 오랑캐와 싸웠다는 사실은 역사에 기록돼 있지만 나머지는 허구다.
현대와 과거의 만남은 때로는 그 자체로 유쾌하다.
이순신이 만년필로 남북 군인들에게 사인해 주고, 오랑캐들이 폭탄의 위력 앞에 혼비백산 도망가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스토리에 비해 영상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피범벅 전투신들은 나름대로 실감나게 묘사돼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랑캐와 조선인들의 칼싸움에 바탕을 둔 사극액션에 머물렀다.
SF영화다운 거대한 스케일이나 새로운 차원의 액션에는 미치지 못한다.
14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