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격차 확대 .. 채권자금 주식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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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자금이 증시로 본격 이동하고 있다. 이달 들어 채권형 펀드와 은행 예금,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며 단기 부동화되는 가운데 주식 관련 자금만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예금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주요 투자 대상 가운데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며 빠르게 부동화된 시중 자금이 증시로 꾸준하게 이동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주식 관련 자금만 증가
최근 시중자금 흐름은 한마디로 극단적인 단기 부동화로 요약할 수 있다.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수탁액이 이달 들어 급증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14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MMF 수탁액은 78조904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달 들어서만 9조320억원 급증했다. 채권형펀드 수탁액은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12일까지 2조6850억원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예금도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4조155억원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8월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앞두고 있어 일부 투자자들이 이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유독 증시에는 자금 유입이 지속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 들어 증시 직·간접 투자자금은 모두 증가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12일 현재 10조8865억원으로 6월 말보다 8100억원 늘어났다. 주식형펀드 규모도 이달 들어 900억원 이상 증가하면서 13조153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주식형펀드는 올 들어서만 4조6000억원 급증했다.
◆부동자금 귀착지는 증시?
전문가들은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부동산 종합대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채권 시장도 어느 정도 안정될 다음달 말까지 시중 자금은 단기 부동화되다가 그 이후 변화된 환경에 따라 새로운 중·장기 투자처를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 부동화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증시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채권 트레이더들도 이런 견해에 동의한다.
정원석 한일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채권 금리가 4.5~5%까지 오를 경우 금리 메리트가 생겨 이탈된 채권 및 예금 자금이 상당부분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제,"하지만 현재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대상은 주식이어서 이탈 자금 중 일부분은 증시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원 팀장은 "부동산 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어 대출받아 아파트 등에 신규 투자하는 수요는 크게 둔화될 전망"이라며 "대안으로 샐러리 맨 등의 주식 투자 욕구는 강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정부가 적립식펀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시중 자금의 증시 이동을 유도하고 있는 점도 증시엔 호재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가계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은 작년 말 현재 7.5%에 불과했다. 반면 안전 자산인 예금·채권 비중은 58.3%에 달했다. 미국의 경우 예금·채권 비중이 19.7%에 그치고 주식 비중은 32.4%인 것과는 정반대다. 홍기석 삼성증권 증권조사팀장은 "저금리 부작용이 극심해져 미국과 한국이 모두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유동성이 갑자기 축소되는 경우만 없다면 국내 가계의 주식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두자릿수가 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