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1060선까지 오르면서 증시가 16년 만에 박스권에서 탈출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6년간 500에서 1000포인트 사이에 갇혀 있던 증시가 네자릿수 시대를 완전하게 열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 다우존스 지수가 1000선을 돌파하며 박스권에서 벗어난 상황과 최근 한국 증시의 상황이 흡사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급 상황이 좋은 데다 기업실적 개선과 하반기 경기회복 등 실물 요인까지 맞물리면서 증시가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다우식 상승 시작됐다 최근의 지수 상승세는 지난 80년대 초반 박스권에서 맴돌던 미국 증시가 단기간에 급상승,네자릿수로 진입한 사례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다우지수는 82년 8월 776포인트에서 빠른 속도로 올라 이듬해인 83년 11월 1287까지 치솟으며 지수 네자릿수 시대를 열었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87년 이후 500에서 1000 사이를 오르내리던 종합주가지수가 지난해 8월 719를 바닥으로 1년 사이에 1060대까지 치고 올라온 것은 과거 미 증시가 82∼83년에 걸쳐 600∼1000 박스권을 상향 돌파한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기업들의 투자 위축과 바닥권 소비심리 △부동자금 증가 △안전자산 위주의 선호 성향 등 주변 상황도 당시 미국 증시와 최근 한국 증시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원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박스권을 돌파한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의 수익성 개선,주주우선 경영 활성화,뮤추얼펀드 등의 간접투자 확산 등 80년대 초반 미국 증시환경과 최근 국내 증시환경이 비슷한 측면이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왜 오르나 수급 측면에선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매수와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한 기관의 체력 강화가 손꼽힌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14일까지 1조 5673억원을 순매수했다. 485억원 순매수에 그쳤던 6월과는 다르다. 특히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국민은행 등 시가총액 최상위권의 대형주들을 집중 매수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질주하고 있다.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해 개인 자금이 꾸준히 국내 기관으로 유입되는 것도 증시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IT(정보기술)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는 등 기업의 실적개선 기대감도 증시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삼성전자만의 힘으로 지수 1000선에 도전했지만 최근에는 현대차 등 우량 기업들이 가세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끄는 힘이 훨씬 커졌다"고 평가했다. 물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CLSA증권은 "지수가 2년3개월 만에 100% 이상 급히 올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80년 이후 최대의 매물벽이 버티고 있으므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