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때와 비교해보니… 현재 주가는 '반값'밖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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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절반 수준,거래대금은 2배,금리는 3분의 1….'
지난 94년 11월8일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1138에 달했을 때와 현재 증시 환경의 비교표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주가는 아직도 한참을 더 올라야 한다.
당시에는 경기가 고점을 찍고 내림세였지만,지금은 정반대다.
경기가 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는 조짐이다.
강력한 매수주체인 외국인은 당시 투자한도 규제가 있었지만,지금은 마음대로 살 수 있다.
또 저금리 기조가 정착돼 지금 금리 수준은 당시보다 3배가량 낮다.
증시 환경이나 시장의 성숙도를 고려할 때 당시에 비해 주가가 못 오를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가는 반값
종합주가지수가 94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시장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7배였다.
현재 PER는 8배다.
PER는 주당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어느 정도 높게 형성돼 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PER가 5배면 벌어들인 돈에 비해 주가는 5배 높게 거래된다는 뜻이다.
94년에는 수익에 비해 17배나 높게 주가가 형성됐지만,지금은 8배밖에 안 된다.
당시에 비해 기업의 순이익이 엄청나게 늘어났지만,증시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사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말 중 하나는 '저평가'다.
중국의 시장 평균 PER가 10배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평가라는 말이 따라 다니는 것은 당연하다.
◆180도 다른 유동성 정책
지난 94년 한국통신(현 KT)의 국민주 공모가 있었다.
이 공모에 무려 7조원이 몰렸다.
청약대금으로 공모가의 10%만 내도록 했으니까 단순 계산으로 70조원의 자금이 대기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부작용을 우려해 증시에 돈이 더 들어가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
정부는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빼내 증시에 투입하려고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다하고 있다.
돈의 물꼬가 증시 쪽으로 트이도록 모든 정책 수단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은 저금리 상황과 맞물려 증시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94년 당시 AA-급 회사채의 3년 만기 금리는 연 11.8%였다.
지금은 4.5%에 불과하다.
당시에는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으면 은행에 넣어두면 됐지만,지금은 사정이 영 다르다.
저금리와 부동산 투기 억제가 증시의 '돈 줄'을 열어주고 있다는 결론이다.
◆우호적인 증시 환경
94년 말은 경기가 피크를 지나 하강 국면에 접어들 때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붐이 그 전년부터 일었고 생산 물량이 일시에 늘어나면서 경기가 침체됐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경기가 긴 침체의 끝에 도달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강력한 매수주체인 외국인이 주식을 마음대로 살 수 있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92년 외국인에게 증시를 개방하되 투자한도를 뒀던 규제는 98년 없어졌다.
94년 당시만 해도 외국인은 일정 지분 이상 주식을 살 수 없었지만 지금은 통신주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마음껏 살 수 있다.
마침 1000선 위에서 관망세를 보이던 외국인이 다시 매수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은 한 번 방향을 잡으면 일정기간 꾸준히 밀고 나간다는 점에서 당분간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시 환경이나 돈의 흐름,그리고 주가 수준 등을 봤을 때 94년 당시에 비해 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려고 해도 힘든 상황"(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