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비용 한 푼 안 들이고 3000만달러 수출 계약을 따 냈어요.” 의료기기‘엑스레이 필름 자동현상기’를 생산하는 지메디의 성광모 사장.중국 출장중인 그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이버 수출 상담’의 효과에 대해 “엄청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성 사장이 중국 바이어를 사이버상에서 만난 것은 지난해말.부산 출장길에 KOTRA 베이징 무역관으로부터 “바이어가 관심을 보인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바로 달려간 곳은 KOTRA 부산 무역관.이 곳에서 그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중국 바이어(베이징 무역관),통역원(서울 KOTRA 본사) 등과 3자 화상 상담을 갖고 3000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KOTRA의 ‘사이버 수출 상담회’가 기업들의 강력한 해외 마케팅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지난해 각종 사이버 상담회에 참가한 국내 업체와 해외 바이어사는 각각 1109,1411개사.수출 상담실적만은 6억1000만달러였다. 그러나 올 들어 참가업체수가 급증하면서 상반기(1∼6월)에만 1192개사의 국내 기업이 상담회에 참여했고 해외 바이어수도 지난해 실적을 넘어선 1433개사에 달했다.연말까지 상담 건수는 작년의 2배 이상인 3천5여건에 이를 것으로 KOTRA는 보고 있다. 사이버 수출 상담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전 세계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수출 업체들이 KOTRA의 무역포털 BuyKorea(www.buykorea.com)에 전자 카탈로그를 올리면 100여개 해외 무역관이 발굴한 각국의 바이어와 수시로 개별 사이버 상담을 가질 수 있다. 윤재천 e트레이드 팀장은 “KOTRA를 매개로 연결된 국내 업체와 해외 바이어가 서로 약속된 시간에 서로의 얼굴을 보며 상담을 벌이기 때문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필요한 건 웹카메라 하나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버 상담에선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문제될 게 없다.영어 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국어 포르투갈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전문 통역원이 필요에 따라 모니터 상담창에 등장,바이어와 국내 기업의 의사소통을 돕기 때문이다. 상담료는 전자카탈로그가 없을 경우 제작료를 포함해 10만원,전자 카탈로그가 있으면 5만원이 고작이다. 2002년말 시작한 KOTRA의 사이버 상담회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별 상담이 주류였으나 올 들어 수백개의 국내업체와 수백개의 해외 바이어사가 한꺼번에 상담을 벌이는 대규모로 패턴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지난 2월 ‘인도 섬유진출 사이버 상담회’엔 국내업체 30개와 바이어 200개사가 참여했다.이어 지난달 15∼17일 서울 코엑스 아셈홀에서 열린 ‘BRICs 사이버 상담회’는 160개 수출 업체와 해외 바이어 450여개사가 참여해 대성황을 이뤘다. 스쿠알렌 완구 비누 등을 생산하는 세모의 이영철 차장은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면 1회 경비로 800만∼1000만원이 든다”면서 “중국 바이어 2명과 대만바이어 1명과 3시간 가량 상담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참가비 5만원이 전부”라고 말했다. KOTRA는 사이버 상담회를 대표사업으로 육성키로 하고 별도 팀을 신설했다.이달중 열리는 ‘지사화업체 사이버 상담회’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만 18회의 대형 상담회를 회당 2∼5일씩 개최할 예정이다.참가신청은 상담회가 열리기 두 달전부터 KOTRA 홈페이지를 통해 하면 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