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서 자존심을 내걸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던 '루에루'와 '루란'이라는 중식당이 있었다.


두 곳은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신라호텔 팔선과 프라자호텔 도원 출신의 주방장들로 짜여져 '도원파 VS 팔선파' 경합을 펼쳤다. '루에루'는 도원, '루란'은 팔선 출신의 주방장이 포진, 연일 음식솜씨를 뽐내며 미식가들을 즐겁게 했다.


3∼4년간 영업을 한 뒤 두 곳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내부사정으로 각각 문을 닫고 사라졌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오픈한 '루안(樓安)'이 루에루에서 주방장을 지낸 왕립문씨(42)를 영입,예전의 명성 회복에 나섰다.


프라자호텔에서부터 오랫동안 그와 함께 움직여온 지배인 유승근씨(49)도 부사장을 맡아 홀을 담당하고 있다.


깔끔한 실내 분위기에 편안한 인테리어로 남녀노소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컨셉트로 식당을 꾸몄다.


가격대도 대폭 낮춰 고급 중식요리의 진수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점심 세트메뉴는 2만원부터 4만5000원이고 저녁 세트메뉴는 3만원부터 12만원까지 5종류가 있다.


메뉴판에 매운 것은 고추표시를 해놨고 인기 품목에는 별(★),요리시간이 걸리는 것은 시계를 그려놨다.


다른 곳과 차별화한 점은 외국계 대형 식당들이 사용하는 '정수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것과 최근 올리브유에 이어 주목받고 있는 캐나다산 '카놀라유'를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카놀라유는 소위 '오메가3'로 불리는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으며 일반 식용유의 절반가량으로 요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음식 맛은 26년 경력을 자랑하는 주방장의 솜씨가 한껏 느껴진다.


재료와 어우러지는 소스 맛이 일품이다.


'팔보라조'는 다양한 해산물과 넉넉한 소스의 조화로움에 매운 고추가 주는 악센트가 별미다.


가장 맛나게 먹은 것은 '소고기 상추쌈'.튀기고 볶는 요리가 주류인 중식에 신선한 상추를 등장시킨 메뉴다.


양배추에 소고기볶음을 얹어 먹도록 해준다.


입 큰 사람은 한 입에 들어간다.


야채의 아삭아삭함과 볶음고기 특유의 고소함이 입 속에서 파티를 벌이는 것 같다.


작은 사이즈는 2만5000원으로 8번 싸먹을 수 있다.


'왕새우 칠리소스'는 달콤한 소스 맛에 취해 접시 바닥까지 박박 긁어 쪽쪽 빨아먹게 한다.


'바닷가재 칠리소스'는 살만 나와 가재의 두꺼운 갑옷과 싸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필요없다.


'메로 간장소스찜'은 고수를 즐겨 먹는 이들이라면 시켜볼 만하다.


식사류인 '짬뽕' 역시 깔끔하면서 매콤한 맛이 남김 없이 그릇을 비우게 한다.


(02)536-0009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