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녹색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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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사람들은 여름휴가를 위해 한 해를 산다고 해도 결코 과장은 아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목적지를 선정하고,활동계획을 세우고,관련 정보 등을 챙긴다.
일년 동안 저축한 돈은 모조리 휴가비로 쏟아 붓는다.
무엇보다 여름휴가는 일년 동안의 생활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믿기에,하절기 휴가를 단순한 휴식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는다.
프랑스 사람들이 일년의 반은 휴가계획을 세우는데 보내고,나머지 반은 휴가 동안의 뒷얘기를 하면서 보낸다는 것도 그저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듯 하다.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휴가는 분명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이며 자신을 충전하는 것이다.
'텅 비어있다'는 뜻의 여름휴가를 지칭하는 '바캉스'도 바꿔 말하면 곧 무엇인가를 채워넣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미 1930년대부터 근로자들의 여름휴가를 법으로 정해 휴가는 자연스레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돼 있다.
우리의 경우도 주 5일 근무에다 여름휴가가 정착되면서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하는 것이 큰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그러나 막상 휴가를 떠나려고 하면 당황스런 일이 한 둘이 아니다.
주머니 사정도 그렇지만 행선지를 잡기가 그리 쉽지 않아 이리저리 궁리하다 보면 하루 이틀을 허비하기 일쑤다.
이런 사정을 감안이라도 하듯,올해는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이 나서 '농어촌에서 여름휴가 보내기'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농협,전경련도 거들고 나섰다.
"농어촌에서 휴가를 보내면 어른들은 고향의 향수를 느끼고,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농어촌이라고 하면 왠지 불편하고 재미없을 것 같다는 선입관은 접어둬도 된다고 말한다.
옥수수 밭길을 누비는 경운기를 타보고,감자를 캐보고,맷돌로 콩을 갈고,비닐 하우스에서 노란 참외를 따고,바지를 걷어 올린 채 갯벌에 나가고,수차를 이용해 소금을 만드는 염전의 경험은 추억으로 남을 게 분명하다.
농어촌으로 향하는 녹색휴가야 말로 진정한 웰빙휴가가 아닐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