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고 속상하고 눈물 나올 때,여러분은 뭘 하나요. 저는 꽃꽂이를 한답니다. 평소에 생각했던 변정수가 아니라고요? 성격 급하고 씩씩한 제가 여성적인 꽃꽂이라니. 잘 상상이 안 간다는 분들,오늘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하하.


꽃꽂이를 배운 지 반년 됐어요. 동아TV에서 한 플로리스트를 만났는데 작은 체격의 그이가 엄청난 스케일의 작품을 만드는 거예요. 그 카리스마에 깜빡 반해 저도 가르쳐달라고 졸랐죠. 바로 저의 선생님이신 알마 마르소(플라워 디자인&스쿨 www.almamarceau)의 김종욱 원장님과의 첫 대면이었어요.


스케줄이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그 수업은 빼먹지 않았습니다. 꽃을 보면 편안하고 행복해져 바쁠수록 힘들수록 꽃집을 찾았어요. 여러분도 그런 위안거리,행복소재를 찾았으면 좋겠네요.


여름은 꽃 값도 싸고 색도 한창 예쁜 계절이라 꽃꽂이에 딱 좋대요. 제가 준비한 것은 여러 종류의 재료를 이용한 '라운드 컨테이너'예요. 둥근 화기 모양에 맞춰 꽃도 동그란 공 형태로 채워가는 거죠.


(1) 화기와 플로랄 폼,꽃가위 그리고 재료를 준비하세요.


(2) 너도밤나무,하이베리,노무라 등 꽃이 아닌 풀잎사귀 같은 것들 있죠. 이런 것들을 그린소재라고 하는데요,그린소재를 먼저 플로랄 폼에 꽂으면서 라운드 모양을 잡아주세요. 밑그림을 그리는 거죠.


(3) 용담 스독크 등 라인 플라워로 전체 라인을 다시 잡아주시고요.


(4) 폼 플라워를 꽂을 차례입니다. 수국 안스륨 양란 등 얼굴이 크고 부피가 있는 꽃들이 폼 플라워랍니다. 화분에 풍성하고 집중된 느낌을 주는 단계예요.


(5) 매스 플라워로 빈 공간을 채워주세요. 장미 리시안서스 카라 트란첼륨 연밥 등을 매스 플라워로 사용했어요. 부피는 폼 플라워보다 작으면서도 자기 얼굴도 있고 어떤 꽃들과도 잘 어울리는 예쁜 꽃들이지요.


(6) 옥스퍼드 옥시펜타늄 등 부피가 작으면서도 자기 색깔이 분명한 재료(필터라고 불러요)로 높이와 공간을 정리해주세요.


(7) 마지막,그린 소재로 플로랄 폼의 빈 자리를 안보이게 메워주세요. 그럼 완성!!


어때요? 많이 힘들진 않으셨죠. 사실 라운드로 모양을 낸다는 게 만만치는 않아요. 수시로 모양을 봐주지 않으면 둥근 모양이 깨지기 쉽죠. 사방 균형 맞추기도 어렵고요. 한 단계 끝날 때마다 그리고 모두 끝낸 다음 멀찌감치 떨어져서 한번 봐주세요. 그리고 다시 채우거나 모양을 잡아주세요. 여러 꽃을 섞을 경우 컬러 맞추기가 가장 애매할 겁니다. 초보자는 무조건 비슷한 톤으로 고르는 게 안전하대요. 그 밖에 주의할 점은… 아,꽃을 자를 때 사선으로 자르세요. 단면이 넓어야 물을 잘 먹으니까요. 줄기에 붙은 잎도 깨끗하게 정리해줘야 합니다.


공기가 들어가지 않아 물 흡수에 좋습니다. 물을 화기에 그렁그렁할 정도로 채워주시면 보통 일주일은 가요. 오늘 제가 만든 꽃바구니 재료를 양재동 꽃시장에서 사면 대략 7만원 정도 든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