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거지가 나란히 서서 '영업'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은 '한푼줍쇼',다른 사람은 '한푼줍쇼닷컴'이라는 팻말을 앞에 놓았다. '한푼줍쇼'는 썰렁한데 '한푼줍쇼닷컴'에는 앞다퉈 지폐가 날아든다. 단지 '~닷컴'을 붙였을 뿐인데….신간 '시장의 유혹,광기의 덫'(로버트 멘셜 지음,강수정 옮김,에코리브르) 92쪽에 실린,닷컴버블을 풍자하는 삽화다. 광기에 휩싸인 군중들의 비이성적 열광과 전염성 탐욕이 빚어낸 실패사례가 어디 이 뿐일까. 17세기 네덜란드를 뒤흔든 튤립투기 열풍으로부터 미국의 골드러시와 대공황,1920년대 찰스 폰지의 피라미드 사기극과 획기적 에너지 기술을 내세운 2000년대 엔론사태 등 이루 손꼽기가 벅찰 정도다. 군중의 광기는 경제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팝스타에 열광하는 10대들,휴거소동을 일으킨 광신도들,외계인과 UFO에 대한 온갖 음모론,마녀사냥에서 매카시즘까지….근거 없는 소문이나 암시,두려움과 공황,폭력,비이성적 지도자와 추종자들이 빚어내는 이런 일들은 군중 속의 개인이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부동산 투기열풍과 로또열풍도 예외가 아니다. 저자는 이런 역사적 사례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시장의 광기 속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법'을 제시한다. 그는 "주식시장은 탐욕과 두려움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서 번갈아 오르내리는 시소와 같다"면서 탐욕과 두려움,무리가 갖는 힘에 휘둘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는 "중요한 것은 밖으로부터 느껴지는 압력을 차단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것 하나만은 반드시 기억하자"고 당부한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할 때에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352쪽,1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