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0%에서 3.8%로 낮췄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도 이달 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하향조정했었다. KDI는 15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고유가,하반기에도 불안요인 KDI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4.0%→3.8%) 낮춘 것은 국제유가가 지난 4월 전망(연평균 원유도입 단가 40달러 안팎) 때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원유도입 단가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두바이유 가격은 14일 현재 배럴당 53.6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KDI는 고유가 탓에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당초 3.1%에서 3.0%로 소폭 낮아지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9.9%에서 6.3%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대책과 관련,KDI는 경기회복 지연의 주된 원인이 고유가와 같은 공급측면에 있는 만큼 수요진작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재정지출 확대는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정지출을 늘리더라도 기금이나 공기업 지출 확대와 같은 '편법'보다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콜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금리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잠재력 하락이 더 큰 문제 KDI는 한국 경제가 3년 연속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잠재성장률 하락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는 설비투자 부진을 꼽았다. KDI는 중소기업의 경우 내수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설비투자여력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또 지난해 제조업의 해외투자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51.4%)이 대기업(48.6%)을 능가하는 등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 점도 설비투자 부진에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의 경우 투자여력은 증가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유동성 위기,경영권 위협 등 유사시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경향이 강해져 과거보다 투자에 신중해졌다고 분석했다. 임경묵 KDI연구위원은 "설비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수도권 투자 제한 같은 투자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인프라 개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