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의 경제기사 돈되게 읽기] '디지털 TV' 로 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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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PDP 등 디지털TV 가격 하락으로 관련 업계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우울한 기사가 있었다.지난해 초 42인치형 LCD TV의 경우 990만원이었는데,꾸준히 가격이 하락해서 최근에는 거의 3분의 1 수준인 350만원짜리 저가형까지 출현했으니 관련 업계의 어려움이 클 것은 당연하다(한경 7월12일자 산업면).그러나 디지털TV 가격 하락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는 어려움이 되겠지만,좀 더 긴 안목으로 본다면 한국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있다.디지털TV 가격 하락은 우울한 뉴스가 아니라 한국 경제에 희망을 주는 뉴스다.
새로운 제품이 출현할 때 그 제품은 항상 신분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불과 10여년 전의 휴대전화가 그랬고 라디오 컬러TV 자동차도 출시 초기에는 타인의 부러움을 사고 사람들은 그것을 갖고 싶어했다.
그러나 신제품은 바로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고,제품 원가를 낮추기 위해 피나는 생산성 향상을 기울일 때 제품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누구나 구입하기 쉬울 만큼 가격이 싸지면 그 때부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경제 전체에도 긍정적 효과가 파급된다.
◆신기술이 경제를 바꾼다
7~8년 전 100만원을 웃돌던 군용무전기 같던 휴대폰이 좋은 품질과 뛰어난 기능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까지 하락했을 때,휴대폰 산업의 급성장은 한국을 IT 강국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
반도체 산업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런 경험을 되살린다면 현재의 디지털TV 가격 하락은 조만간 폭발적 수요를 창출하는 우리 경제의 촉매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렇게 기술이 경기를 이끌어가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산업이 세계적 차원에서 공급과잉 상태에 있기 때문에 혁신적인 신제품은 해당 산업을 떠나 경기의 방향을 움직일 만큼 강력한 영향을 준다.
그림에서 보여주듯 미국의 경우 새로운 형태의 TV가 출현할 때 전체 소비와는 무관하게 신제품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체 소비도 증가시킨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 TV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에 포위된 사회
뉴욕 대학의 닐 포스트맨(Niel Postman)에 따르면 미국의 아이들은 하루에 8시간씩 TV를 보며,동시에 18세가 될 때까지 약 50만개의 광고를 보며 자란다고 한다.
아마도 한국의 경우에는 더 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 TV나 컴퓨터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두껍고 무거우며 화질이 나쁜 기존의 아날로그 TV보다 얇고 가볍고 뛰어난 화질을 자랑하며,컴퓨터와 연결도 가능한 디지털TV가 선호될 것은 뻔하다.
따라서 디지털TV 가격이 하락할수록 이런 현상이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진다.
◆디지털TV 가격이 하락해야 경제가 산다
한국은 이런 성장이 예상되는 LCD와 PDP 등을 전세계의 거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의 소니 디지털TV도 우리의 LCD를 사용해서 만들 정도다.
삼성이나 LG 등 완성품 업체뿐 아니라 부품 업체나 장비 관련 산업들도 함께 좋아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가격이 급속히 하락한다면 수요가 폭증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고 고용 투자 내수의 한국 경제 3중고는 슬며시 녹아 사라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암울해 보이는 한국 경제의 희망은 디지털TV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산업이다.
그래서 디지털TV 가격이 하락할수록 관련주의 주가도 오르고,경제도 회복될 수 있다.
돈의 실마리는 경제신문의 산업면과 같이 가까이에 있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