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에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는 현재 140개가 넘는 국가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등 아직도 많은 국가들이 가입을 위해 협상 중이다.


이처럼 많은 국가가 WTO에 가입하고자 하는 것은 '세계화' 환경 속에서는 WTO를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에 편입하는 것이 최선의 생존방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옛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개혁·개방으로의 체제개혁을 본 궤도로 끌어올리기 위해 어느 나라보다 WTO 가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WTO 가입 문제도 자연스럽게 논의돼 왔다.


지금까지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한 결과 경기침체와 식량난에 시달리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아 왔다.


더욱이 이런 문제에 대해 이제는 북한 자신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WTO 가입은 현실적인 해결방안의 하나로 고려해 볼 시점이 됐다.


앞으로 북한이 WTO에 가입한다면 무엇보다 침체된 경기와 식량난 등 내부적인 현안에 대해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과거 개도국들이 단기간에 고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GATT(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가입을 통해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이 WTO에 가입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및 세계질서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남북한 통일을 촉진시키고 통일비용도 경감시킬 수 있다.


북한이 WTO에 가입해 남북한 교역이 무관세 혜택을 받는 내국간 거래로 인정받아 교역규모가 늘어날 경우 남북한 간의 경제력 격차가 줄어들게 되고,이에 비례해서 통일비용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북한이 WTO에 가입할 경우 어떤 문제가 있으며,그 해결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WTO는 어떤 국제기구보다 개방적이기 때문에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는 반드시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우선 북한의 WTO 가입에 대해 기존 회원국들이 어떤 태도를 갖느냐 하는 점이다.


만약 북한에 대해 요구수준이 높으면 그만큼 개방에 따른 부담이 가중된다.


반면 기존 회원국 간에 우호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북한 역시 개방에 따른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특히 북한의 가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문제는 북한이 시장경제 체제를 수용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이미 3년 전 '7·1 개선조치'를 통해 시장경제를 도입했으나 실패한 점을 감안하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다행히도 폴란드 등이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GATT에 가입한 바 있고,중국도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WTO에 가입한 선례가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WTO 가입문제를 고려하는 동시에 지금부터라도 북한이 WTO에 가입할 수 있도록 우호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