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입을 통해 상장기업 지분을 5% 이상 취득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단순 투자'뿐 아니라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갖고 있다고 밝힌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펀드는 주가가 오를 때마다 CB나 BW를 주식으로 바꿔 장내에서 매각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외국계 펀드,'CB·BW 사냥' 버뮤다 소재 DKR사운드쇼어오아시스홀딩펀드는 최근 거래소 기업인 휴니드테크놀러지스 지분 21.2%를 확보,단숨에 이 회사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 휴니드테크놀러지스가 지난달 유럽에서 발행한 800만달러 규모의 BW를 모조리 사들인 결과다. 한국경제신문이 새 5%룰(대량 지분 보유 보고 제도)이 시행된 지난 3월29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금융감독원 공시를 분석한 결과 DKR펀드처럼 CB나 BW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펀드는 모두 10곳,이들이 보유한 종목은 63개(중복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코스닥시장에 집중돼 있다. 국적별로는 유럽계와 조세회피 지역의 펀드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영국계 라이온하트그룹이 거래소 기업인 케이아이씨신화실업,코스닥 기업인 디와이 로만손 미주레일 등 19개 종목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것을 비롯해 네덜란드계 ABN암로은행런던지점이 15개,독일계 피터백앤파트너스가 14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또 애머랜스, 코로볼틴,피라루크 등 케이맨군도 소재 펀드도 각각 2~5개 종목을 갖고 있다. 이 중 ABN암로은행과 라이온하트그룹은 지분 취득 목적을 '경영 참여'로 신고했다. ◆주식 전환 땐 '물량주의보' 외국계 펀드가 CB나 BW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주식 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위험 고수익'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B나 BW 투자자는 주가가 내릴 때는 채권 이자를 받고 주가가 오를 때는 주식전환권(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어 비교적 안전하게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피터백앤파트너스는 최근 코스닥 기업인 대한바이오링크 지분 34.4% 가운데 10.69%에 대해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602만여주를 32억원에 인수한 뒤 주가가 오르자 전량 매각,21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투자 수익률은 66%에 달했다. 이와 관련,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과장은 "CB나 BW가 주식으로 전환돼 매물로 나오면 주가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 전에 주식전환이 가능한 물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