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바이어가 본격 활동하기 시작한 건 지난 98년을 전후해서다. 까르푸등 외국계 할인점의 상륙이후 할인점시장이 커지자 위기를 느낀 백화점의 바이어들도 매장 임대업무에서 자체 상품을 개발하는 등 업무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백화점의 빅바이어로는 롯데의 심원보 가전담당,배우진 PB담당,현대의 이혁재 해외MD 사업팀,한경호 화계란두부담당,정연성 식품팀 정육담당 바이어 등이 있다. 또 신세계 최종배 남성복,갤러리아 강민곤 여성의류,GS스퀘어백화점 추대식 가정용품팀 바이어 등도 맹활약중이다. 2평 남짓한 매장에서 두달새 3억원의 매출을 올린 롯데 PB제품 '헤르본 셔츠'의 탄생에는 배우진 PB담당 바이어 부부의 눈물겨운 노력이 숨어있다.지난 4월 홍콩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들여 온 이 제품은 무려 5개월동안 테스트절차를 거쳤다."셔츠는 자칫하면 일회용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검사절차가 특히 엄격했어요. 그러다 보니 테스트기간 전기세가 평소보다 많게는 5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만삭의 아내가 보기에 안타까왔던지 직접 셔츠를 손세탁까지 하더군요"배 바이어는 한 벌당 2만5000원인 이 셔츠가 현재 월평균 1억5000만원어치 팔려나가 아내에게도 면목이 선다고 싱긋 웃는다. 심원보 바이어는 가전은 '할인점이 싸다'는 고정관념을 깬 주인공. 어느날 문득 백화점에선 대형·신제품만 취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가진 그는 신혼부부를 겨냥한 맞춤형 저가 LCD TV를 기획했."2년간의 구매통계를 분석해 보니 20대후반 30대초반 결혼 적령기의 고객들은 저가의 30인치대를 원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업체와 협의해 143만원대 32인치 LCD를 만들어 들여왔지요" 지난 2월 선보인 이 제품은 그동안 5000대 이상이 팔려 디지털TV 시장에 가격 인하 경쟁을 불 붙이기도 했다. 현대 한경호 바이어는 우량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파고들어 성공한 케이스다.웰빙바람이 불면서 가격보다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가 많다는데 착안,살색미인이라는 국가공인 명품 계란을 개발한 것. 그는 "1년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쳤으며 농촌진흥청산하 대전축산연구소에서 토종닭을 1년마다 새로 분양받으며 혈통을 보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아의 강민곤 바이어는 명품과는 거리가 먼 청바지 전문편집매장을 개설,역발상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 프리미엄 진이 생소하던 지난 2003년 당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스티브 알란'을 직매입한 것. 그는 "프리미엄 진 전문 멀티숍이 미국에서 유행한다는 걸 알고 남들과 다른 패션을 고집하는 압구정일대고객에 어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강 바이어는 10여개 브랜드를 갖춘 '스티브 알란' 편집매장에서 한벌에 30만-40만원하는 청바지를 하루 40벌 이상 팔아 월 1억원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