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가구업계에서 '한샘 전성시대'라는 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1970년 부엌 전문 가구업체로 출발한 한샘의 경영진과 이곳을 거쳐 성장한 기업인들이 이제 가구는 물론 인테리어,빌트인가전 등의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70년대 이후 가구업계의 역사는 크게 97년을 기점으로 나뉜다.


이때까지는 통상 '3위일체 시대'라고 불렸다.


위상식(보루네오가구) 위상균(동서가구) 위상돈(바로크가구) 등 위씨 삼형제가 국내 가구시장을 호령하던 때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를 고비로 이들이 쇠퇴하고 같은해 가구 매출 1위 자리에 한샘이 오르면서 이른바 '한샘시대'가 열렸다.


'한샘사단'의 대표적 인물로는 조창걸 한샘 회장(67),최양하 한샘 부회장(57),조창식 도무스 부회장(62),손동창 퍼시스 회장(56),양영일 퍼시스 사장(57),이수문 하츠 대표(56),차동성 쿠스한트 대표(51),조진만 웅진코웨이 리빙사업본부장(39) 등이 꼽힌다.


한샘사단의 대부는 단연 조창걸 한샘 회장이다.


서울대 건축과를 나와 부엌가구에 눈을 돌린 그는 동생인 조창식 도무스 대표와 김영철 퍼시스 전 회장,김영웅 건축사 등과 함께 한샘을 설립했다.


조 회장은 한샘 출신들이 창업할 경우 사업 초기에 자사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줬다.


개인 돈도 출자해 초기 창업자금 마련에 도움을 줬다.


또 퍼시스나 도무스처럼 지분 관계가 없는 독립 회사라도 사업 초기 영업에 도움이 되도록 회사 이름에 '한샘'을 사용할 수 있게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79년 한샘에 입사한 최양하 부회장은 94년 대표이사 전무로 승진한 뒤 조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 아래 11년째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한샘을 국내 최정상의 가구업체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샘이 부엌가구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던 97년 종합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들었고,4년 만에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손동창 퍼시스 회장은 70년대 말 싱크대 상판을 만드는 한샘산업을 설립해 독립한 한샘 출신 1호 기업인이다.


한샘 생산과장 출신인 그는 회사를 사무용 가구업체로 전환,시장점유율 50%를 자랑하는 부동의 1위 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양영일 퍼시스 사장은 한샘건축사사무소 직원 출신이다.


그는 퍼시스 자회사인 학생용 의자업체 일룸의 경영을 맡아 이 분야 선두 업체로 키운 뒤 2002년 퍼시스 대표로 옮겼다.


조창식 도무스 부회장은 99년 한샘인테리어 사장직을 그만두고 명품가구 업체인 한샘도무스를 설립,고가 수입가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 부회장은 도무스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디자인 분야에 집중 투자해 고급가구 시장에서 '도무스'를 명품 브랜드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수문 하츠 대표는 한샘에서 10년간 근무한 뒤 상무로 퇴직하고 지난 88년 레인지후드 전문업체인 하츠를 창업했다.


현재 레인지후드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빌트인가전과 주택공조 시스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차동성 쿠스한트 대표는 한샘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97년 한샘 기기사업부를 분사(94년)시킨 한패상사의 사령탑에 앉았다.


차 대표는 고급 빌트인가전 브랜드인 쿠스한트를 내놓고 회사를 빌트인가전 시장의 강자로 키웠다.


회사 이름도 지난해 쿠스한트로 바꿨다.


조진만 웅진코웨이 리빙사업본부장은 '한샘' 인맥의 막내 격.부엌가구 영업통으로 알려진 조 본부장은 한샘 마케팅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초 웅진코웨이로 자리를 옮겨 신규 사업 부문인 부엌가구 부문을 이끌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회사 설립 때부터 △창의력 △준비 경영 △비전 제시 △과감한 권한 이양과 무거운 책임 부여라는 문화를 확립해 왔다"며 "이 같은 문화가 가족형 기업 등 상대적으로 전근대적인 경영이 많은 가구업계에서 과학적인 경영으로 연결돼 '한샘' 인맥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