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불법 이민자(illegals)'시장이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신분은 불안정하지만 구매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불법 이민자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BW) 최신호(18일자)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은 합법적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지하경제 안에 숨어 지내지만 경제력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커졌다"며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법 이민자들의 구매력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현재 미국 내에는 영주권 없이 불법으로 일하는 이민자 수가 매년 수만명씩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어스턴스 자산운용은 최근 보고서에서 "해외송금 건수 등으로 추산해볼 때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수는 약 2000만명에 육박하며 이들의 연간 가계소득은 평균 2만7000달러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불법 이민자들은 특히 경제활동이 매우 활발한 청·장년층이 대부분이어서 구매력도 크다. 합법적 이민자 가운데 연령이 18∼44세인 인구층의 비중은 60%인 반면 불법 이민자들의 경우는 무려 84%나 된다. 이들은 그만큼 열심히 일하고 소비지출 능력도 있다는 얘기다. 또 가족들이 모두 일하는 경우가 많아 가계 전체의 소비 능력은 더 크다. 이들의 평균 가계소득은 미국인 가계의 절반 정도로 추정되지만 신고되지 않는 수입이 적지 않아 실제 소득은 이를 웃돌 것으로 베어스턴스는 분석했다. 이 회사의 로버트 저스티취 이사는 "불법 이민자들은 신분 노출을 두려워해 벌어들인 돈을 은행 계좌에 넣지도 못하고 침대 밑에 현금으로 숨겨 둔다"며 "이 때문에 이들의 재산을 '매트리스 머니(mattress money)'라고 부른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다양한 마케팅 미 기업들은 경제력이 커진 불법 이민자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웰스파고 은행은 2년 전 시작한 '영사증명서(마트리쿨라 콘술라르·matricula consular)'라는 프로그램으로 약 5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했다. 이 프로그램은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지점장이 정식 서류가 없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에게 멕시코 영사관에서 발급한 ID 카드만으로 계좌를 열어준 것을 계기로 도입돼 지금은 콜롬비아 콰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다른 남미 국가들로 대상이 확대됐다. 미국 최대 건강보험 회사인 웰포인트도 이 프로그램을 활용,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던 불법 이민자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불법 이민자를 고용하면 위법이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판촉 활동은 합법이라는 법률을 최대한 이용해 성과를 거둔 사례들이다. 또 이동통신기업 스프린트는 1분당 9센트만 내면 되는 멕시코 통화 전용 서비스를 최근 내놓았다. 식품회사 크래프트 푸드는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들이 주로 등록하는 영어 학원들을 물색해 이들을 상대로 스페인어로 상품 홍보물과 할인 쿠폰,미국생활 가이드 북 등을 배포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불법 이민자들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미국 기업들의 노력은 해당 기업의 실적 개선과 함께 지하경제를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