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중년이라고 하는 40대에 접어들면 남성들은 제2의 사춘기를 겪는다고 한다. 육체적으로는 눈가에 주름이 잡히고,목덜미에 살이 늘어지고,머리칼이 가늘어지면서 탈모가 생기고,근육의 힘이 약해진다. 정신적으로는 성공을 향해 달리던 20~30대의 외향적 성격과는 달리 더 이상 사회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불안심리와 함께 비로소 자신을 생각하는 내성적 경향으로 바뀌게 된다.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인생의 정오(noon of life)'에서 겪는 '상승정지 증후군'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남성들은 한 가정을 책임지고 직장이나 사회에서 생존경쟁을 해야 되기 때문에 여성보다 위기감을 느끼는 강도가 훨씬 강하다. 이런 사정때문에 자신을 돌보는 일은 점차 소홀해지게 마련이다. 중년에 들어선 남성들이 '아저씨'로 통칭되면서 후줄근한 구세대로 밀려나기 일쑤인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정작 본인들도 멋쟁이와는 거리가 멀고 '아무거나 입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큰 맘 먹지 않고는 자기 자신을 위해 좀체 돈을 쓰지 않는 게 바로 중년 남성들이다. 그러나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40~50대 중년 남성들이 반기를 들고 우선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패션에 도전하고 있다. '나잇살'을 감추려는 종전의 넉넉하고 편안한 패션을 거부하는가 하면 미용과 액세서리에 신경을 쓰고 네일살롱을 드나든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와선 이런 부류의 남성들을 '레옹족(族)'이라고 한다. 쇼핑을 즐기고 멋과 패션을 아는 중년들을 통칭한 신조어다. 지난 2001년 가을,일본 중년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해 창간된 월간지 '레옹(LEON)'에서 따왔다. 유명 브랜드만을 선호하는 '오너스족'과는 달리,레옹족은 감각을 중시하면서 도전적인 세련미를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올드보이 짱'이라고나 할까. "삶은 즐기는 것"이라는 중년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