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새벽 4시30분 부산항 감만 컨테이너 터미널.한진해운 소속의 8000TEU급(실제 적재량 7500TEU) 초대형 컨테이너선 '한진 보스톤호'가 어둠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안개로 선석에 접안하지 못하고 7시간을 기다린 터였다.


길이 300m,폭 42.8m인 한진 보스톤호는 국내 선사가 도입한 컨테이너선 가운데 최대 규모다.


갑판 넓이만도 1만284㎡. 월드컵 축구 경기장 넓이의 2배에 달한다.


지난 10일 중국 얀티얀항을 출발,홍콩항 카오슝항(대만) 광양항을 거치는 동안 4000여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부산항에 입항한 한진 보스톤호는 이날 하루종일 2958개의 수출 컨테이너를 추가로 적재한 뒤 17일 오전 출항,오는 25일께 미국 롱비치항에 화물을 내려놓게 된다.


이처럼 아시아에서 미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이 대형화하고 있다.


중국발 미주 서안 노선은 매년 물동량이 10%씩 급증하는 '황금노선'. 이 노선의 물량을 차지하기 위해 해운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며 선박의 크기를 지금 운항규모의 최대 2배까지 경쟁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 항로의 주력선배는 5500TEU급이 대부분.8000TEU급을 도입하면 선박건조비 관리비 유류비 등을 감안할 때 단위당 운송원가를 7∼10%가량 줄일 수 있다는 게 해운업계의 설명이다.


김인순 한진해운 운항팀장은 "화물을 2000TEU 이상 더 실을 수 있지만 배의 운항속도(평균 24노트)와 승선인원은 5500TEU급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선박 대형화에 따른 이점을 간파한 중국 대형 해운사들이 최근 들어 미주행 항로의 물량을 선박 대형화로 급속히 잠식하자 국내 해운사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 코스코는 지난해 이 노선에서 22만7176TEU의 운송실적을 기록,3위인 한진해운을 바짝 추격했다.


차이나쉬핑도 21만3900TEU를 실어 날라 현대상선을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사들도 컨테이너선 대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현재 이 노선에서 운항 중인 컨테이너선은 5500TEU급 5척. 그러나 이번에 첫 입항한 보스톤호를 비롯 다음 달 '마이애미호' 등 연말까지 8000TEU급 선박 5척을 투입,중국~미주 서안의 선단 수송능력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김영민 한진해운 부사장은 "중국발 미주행 노선은 운임이나 물동량에서 해운사엔 핵심적인 노선이어서 선박 대형화가 필수적"이라며 "연말까지 세계적으로 20여척의 8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추가로 운항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4700TEU짜리 컨테이너선 3척을 미주 항로에 투입할 예정인 현대상선도 건조 중인 8600TEU급 선박을 아시아발 미주 항로에 배치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해운사들은 미주와 구주 항로의 주력 선대로 5000∼6500TEU급을 투입해왔다.


이들 선사는 최근 1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발주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과 같은 조선사도 1만2000TEU급 건조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부산=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