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에서 한탕주의는 배격돼야 합니다. 투기적 욕심에 뛰어든 일부 신진 제작자들은 작품을 꼼꼼하게 뜯어보거나 제대로 연구하지도 않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요. 신생사들이 범람하니까 졸속 제작이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지요. 해외 라이선스 시장도 교란되고 있어요. 혼탁한 시장 상황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옵니다." 설도윤 대표는 국내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나타난 부작용들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무엇보다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엷어지고 돈 욕심만 넘쳐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제작자들이 해외 작품 수주 경쟁에 몰리면서 로열티가 크게 뛰었어요. '오페라의 유령'은 로열티가 총 매출의 15% 안팎이지만 요즘 국내 뮤지컬 제작자들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경우 28%로 치솟은 상태입니다. 티켓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요. 아예 수입을 포기했습니다." 티켓 가격이 너무 높으면 관객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해당 공연이 실패하는 것은 오히려 두 번째 문제다. 대작이 실패하면 시장 전체에 찬바람이 분다.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 뮤지컬계 전체에 돈 가뭄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뮤지컬 제작을 25년 동안 했습니다. 경험상 뮤지컬로 단기간에 큰 돈을 벌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행여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일부 신진 제작자들은 본업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투자자들도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리면 되고요. 지금은 뮤지컬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