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3:08
수정2006.04.09 17:08
지난 15일 오후 7시께 행정자치부가 전국 토지소유 현황과 관련한 추가 참고자료를 e메일을 통해 뒤늦게 보내왔다.'지난해 말 현재 땅을 갖고 있는 사람 중 상위 5%가 보유한 토지가 전체 토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9%로 1986년 65.2%보다 낮아졌다'는 내용이었다.
'토지편중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문구까지 들어 있었다.
당초 이런 내용은 행자부가 이날 오후 2시30분께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전체 국민 중 상위 1%가 전체 사유지의 51%, 땅부자 상위 100명은 1인당 평균 여의도 면적의 절반 가량인 115만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료만 관련 통계수치와 함께 제공됐다.
문제는 모 언론사가 이날 '1986년 정부가 토지공개념 도입을 앞두고 조사한 결과,당시 인구 상위 5%가 갖고 있는 사유지 보유비율이 65.2%에 불과했는데 작년 말 현재 이 비율이 82.7%로 급등했다'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발생했다.
토지소유편중 현상이 1980년대보다 훨씬 더 심해졌다는 기사가 인터넷 사이트에 잇따라 떠오르면서 토지공개념 재도입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댓글도 줄을 이었다.
현재 정부가 강도높게 추진 중인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과 부합되는 여론이 조성된 셈이었다.
'토지소유 편중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예상외로 커지자 정작 부담을 느낀 쪽은 행자부였다.
1986년 조사결과를 빼놓고 최근 토지보유 현황 통계만을 제시,소유 편중의 심각성을 보여주려 했지만 뜻하지 않게 사실이 아닌 내용이 유포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 건설교통부에서 조사한 자료가 부정확하게 흘러나가 어쩔수없이 토지편중 현상이 완화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내게 됐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내달 중 강력한 부동산투기억제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물론 전체 인구의 1%가 국내 사유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좁은 국토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책의도와 부합되지 않는 내용을 제외하고 입맛에 맞는 정보부터 언론에 제공하는 처사는 오히려 정책 신뢰도를 갉아먹는 행위임에 다름 아니다.
행자부의 이번 토지소유현황 발표 과정은 결과적으로 정부정책과 엇박자를 낸 셈이다.
김철수 사회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