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은 역시 '투기자본' 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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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 전량(14.82%)을 매각키로 함에 따라 2년3개월을 끌어온 SK㈜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 매각으로 소버린이 자신들의 주장과는 달리 전형적인 투기자본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SK㈜도 소버린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이 펀드가 아직 ㈜LG와 LG전자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소버린의 공격권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특히 소버린은 SK㈜ 지분 매각 대금을 1조원가량을 확보하고 있어 향후 국내 증시에서의 '투기적 행보'가 어떤 방향으로 튈지 주목된다.
◆소버린의 식언(食言)
소버린이 SK㈜ 지분 14.82%를 2년3개월 만에 모두 매각함으로써 자신이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장기투자자라는 주장은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났다.
소버린은 SK㈜ 주식을 사들인 2003년 4월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소버린은 장기투자를 하는 인내심 있는 가치중심의 투자자"라며 "소버린의 평균 투자기간은 4년을 초과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소버린은 이후에도 각종 발표와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이 장기투자자라는 점을 결코 빠뜨리지 않았다.
소버린은 특히 자신들의 홈페이지(www.soc.com)에 이런 논리의 수많은 자료를 게재,소액주주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자신들의 투자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하면서 소버린의 홈페이지에서 SK㈜ 관련 부분은 대부분 삭제됐다.
SK㈜가 어떤 회사인지 정도만 설명돼 있을 뿐,기세등등했던 소버린의 주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투기자본의 전형인가
소버린의 SK㈜ 지분 매각은 지난달 투자목적을 변경할 때부터 충분히 예견돼 왔다.
그러나 소버린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지분 매각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두바이 본사는 주말이어서 연락이 끊긴 상태이며 국내 홍보를 대행하고 있는 엑세스커뮤니케이션도 소버린과 연락이 안된다는 답변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매각 배경은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우선 두 차례에 걸친 주주총회 대결에서 완패를 당해 자신들이 내세웠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증권가는 이들이 지분을 털기로 한 가장 큰 이유를 투자수익을 더 이상 극대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때 소버린이 SK㈜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내거나 기자회견만 열어도 주가가 폭등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 SK㈜ 주가에서 소버린이라는 '재료'는 사라진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게다가 SK㈜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펀드의 특성상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시점이 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했을 때 소버린은 지금이 차익을 실현하기 가장 좋은 시점으로 봤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배구조 개선'은 애초부터 포장용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다.
◆LG 지분은 어떻게 되나
소버린측이 SK㈜ 지분을 매각키로 함에 따라 이제 소버린이 갖고 있는 ㈜LG와 LG전자의 지분이 관심사가 됐다.
소버린은 현재 ㈜LG와 LG전자의 지분을 각각 7.0%와 7.2% 보유하고 있다.
소버린이 SK㈜ 주식매각으로 얻은 1조원대의 자금을 활용,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는 "장기투자자라던 소버린이 2년3개월 새 투자원금의 4배가 넘는 8000억원의 국부를 유출해 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투기자본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