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익명성이 미치는 역기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언어 폭력,바이러스 유포·해킹, 인터넷 사기,개인정보 침해,유언비어 유포,저작권 침해 등은 대표적인 인터넷 역기능이다. 인터넷 실명제가 금융실명제처럼 실시된다면 이 같은 역기능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언어 폭력과 개인정보 침해,유언비어 유포는 크게 줄어들 게 뻔하다. 비실명제의 역기능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전국 만 9세 이상~39세 이하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인터넷 실태 분석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이 조사는 순수하게 역기능에 관한 것이었지만 비실명제가 끼치는 해악을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분석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스팸 메일(4점 기준에 3.30점)과 언어 폭력(3.13점) 바이러스 유포·해킹(3.10점) 문제를 인터넷이 낳은 가장 나쁜 해악으로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 사기(3.08점) 인터넷 중독과 개인정보 침해(각각 3.07점) 유언비어 유포(2.96점) 저작권 침해(2.93점) 등의 순으로 역기능을 지적했다. 회사 이름도 불명확한 스팸 메일과 얼굴 없는 언어 폭력,바이러스 유포·해킹은 익명성에 기생하는 역기능이다. 이 조사에서는 특히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실제 신분을 속여 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 조사대상자 중 22.0%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속인 이유는 '편해서'라는 응답이 많았다. 익명성 속에서 남을 비방하고 격한 댓글을 다는 일이 편하다는 게 대체적인 응답이었다. 하지만 익명성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회사 비리와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경우 익명성이야말로 정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