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3:09
수정2006.04.09 17:08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인도는 1980년대 후반부터 매년 6%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제적 성공을 이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만모한 싱 총리가 1990년대 재무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추진한 경제개혁이 성공을 거둔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싱 총리의 경제개혁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인도는 1981년 이래 연간 10%에 달하는 높은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을 아직 뒤쫓는 입장이다. 1980년 인도와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이젠 중국이 인도를 2배 이상 앞질렀다.
최저 생활 유지에 필요한 소득수준인 빈곤선(poverty line) 아래의 인구 비중도 중국은 5% 미만인 반면 인도는 26%에 이른다.
또 전세계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이지만 인도는 1% 미만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에서도 인도는 중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인도가 중국에 비해 경제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제조업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도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산업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IT 서비스 산업은 인도의 GDP(국내총생산)에서 2% 미만의 비중을 차지할 뿐이다.
인도 중국 등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에 대한 FDI는 낮은 임금을 노린 제조업체들의 대규모 투자가 주류를 이룬다.
인도가 계속해서 제조업 성장 기반이 부실하다면 인도를 투자처로 선택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은 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일부에선 IT를 포함한 서비스 산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도 근로자의 6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15년의 정규교육을 시켜 서비스 산업 근로자로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전통적인 비숙련ㆍ노동집약적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도 경제는 제조업과 IT라는 '두 개의 발'로 경제성장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두 개의 발 전략은 좀더 많은 경제개혁을 요구한다.
우선 100인 이상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어떤 경우에도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한 1982년 제정된 노동법을 손질해야 한다.
이 법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에 투자하려는 외국기업의 인도행을 가로막고 있다.
제조업을 위한 관련 인프라를 정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전력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해야 하고 혼잡한 항만과 낙후된 공항,미비한 도로 등 물류 시스템도 선진화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IT 부문의 최대 잠재 위협요인인 고등교육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
현재 18∼24세의 인도 젊은이 가운데 단지 6%만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사립대학에 대한 제한을 푸는 등의 개혁조치가 필요하다.
싱 총리는 현대화된 인도를 건설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잡았다.
그는 경제개혁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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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 컬럼비아대 아르빈드 파나가리야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India Must Walk on Two Leg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