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이 주문한 복제인간을 보는 순간 어색한 감정에 휩싸인다.


복제인간이 하는 말과 행동은 인간에게는 '괴물쇼'다.


복제인간은 인간을 위해 희생돼야만 하는 대상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SF '아일랜드'는 장기이식을 위해 태어난 복제인간을 다룬 작품이다.


인간과 복제인간의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던 SF '6번째 날'과 달리 이 영화에서 복제인간은 인간을 위한 상품으로만 간주된다.


이름도 '링컨6 에코'(이완 맥그리거)와 '조던2-델타'(스칼렛 요한슨)란 모델명으로 불린다. 그들은 배아줄기세포를 통해 탄생했으며 품질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성체로 길러졌다.


생체윤리를 저버린 암울한 미래상이다.


영생을 누리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돈을 벌고 싶은 과학자의 탐욕이 빚은 비극이다.


이 영화에서 인간과 복제인간은 대조적으로 묘사돼 있다.


건강한 복제인간과 병든 원본인간,순수한 복제인간과 타락한 원본인간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원본인간과 복제인간은 겉모습이 같지만 완전히 다른 인격체다.


복제인간은 그 자체로 고유한 인격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복제인간의 탈주극이지만 그 이면에는 복제인간이 상품에서 인격체로 거듭나는 과정이 그려진다.


실험실에서 흰색 제복을 입고 있는 복제인간들은 개성을 상실한 제품임을 상징한다.


그들은 실험실을 탈출한 뒤 다른 옷으로 갈아 입으면서 비로소 주체성을 갖게 된다.


이 영화는 또한 거짓에서 진실로 나아가는 과정을 풍자하고 있다.


실험실 내의 청결한 환경은 거짓과 미혹의 세계다.


링컨이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끔찍한 살육이 벌어지는 연구실로 다가서는 장면은 쓰디쓴 진실의 세계로 입문하는 모습이다.


탈주극에 나선 주인공들이 비행오토바이를 타고 고층건물에 충돌하는 장면은 볼 만하다.


그러나 나머지 액션 장면들은 베이 감독의 전작 '콘에어' 등에서 이미 봤던 것들이다.


주인공들의 모험도 할리우드 영화 속 영웅들의 일반적 경로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베이 감독의 상상력은 '진주만'에서처럼 스스로의 한계에 갇혀 있는 것 같다.



21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