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기현씨 ]


"눈 부분이 꽤 민감하신가 봐요.


자주 하면 괜찮아질 거예요.


앞으로는 화장 좀 하고 다니셔야겠어요."


18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로데오거리 디아모레갤러리에서 만난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기현씨(27·태평양 디아모레갤러리).취재차 찾아온 기자를 대뜸 의자에 앉힌 뒤 눈을 감으라고 했다.


손놀림은 부드럽고 거침이 없었다.


"하늘색 의상에 맞춰 스위트 블루 색상으로 아이 메이크업을 해드려 볼게요. 고객님 올 여름에는 블루와 그린 컬러가 유행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 '김 기자'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자연스레 '고객님'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아마 본인도 모르게 몸에 밴 습관 때문이리라.


눈 화장이 끝난 후 기자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흐르자 박씨는 "리퀴드 라이너로 아이라인만 살짝 그렸는데…처음이라 그런가 봐요"라며 안심시켰다.


"앞으로는 화장 좀 자주 하라"며 핀잔 겸 충고를 하는 폼이 영락없는 동네 미용실 '아줌마'다.


그만큼 편안하다는 얘기다.


곱상하게 생긴 이 남자 알고 보니 귀신 잡는 해병대 출신(830기)이었다.


2000년 경기도 김포의 전차대대 통신병으로 근무했다.


박씨가 '미용'(그는 뷰티라고 불렀다)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군대에서였다.


"제가 얼굴이 좀 여성스럽게 생겨 이쪽 일 해보라는 얘기를 선후배들로부터 자주 들었어요.


내적인 아름다움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게 좋아 이 길을 택했지요."


제대 후 그가 고향 경북 포항을 떠나 가장 먼저 선택한 직업은 헤어 디자이너.미용실에서 3년간 일하다 지난해 3월 태평양에 근무하는 친구의 권유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됐다.


스킨 로션 순의 기초화장법도 몰랐던 그였지만 3개월간의 인턴 과정을 거치면서 화장에 매료됐다.


"외출할 때 메이크업을 안 하더라도 뷰러(속눈썹 집어 올리는 기계)로 눈썹 한 번만 집어 주세요.


눈매가 뚜렷해져 훨씬 예뻐 보입니다."


박씨는 화장에 별 관심이 없는 여성들도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꼭 이 말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


내년에 결혼할 예정인 박씨는 직업 때문에 가끔 여자 친구의 질투(?)를 받는다.


직장 동료들(18명 중 박씨가 청일점)과 회식을 하고 집에 늦게 들어간다고 전화하면 여자 친구가 토라지기도 하지만 새로 개발한 화장법을 전수하고 위기를 벗어난다고 귀띔했다.


남자에게 힘든 직업이 아니냐고 묻자 "남자라 좋은 점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여성 고객들에게 '남자가 볼 때 이렇게 하니까 더 예쁘더라'라고 얘기하면 엄청 좋아해요."


그는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제품개발에도 참여하고 본사인 태평양에서 중역으로 활약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포부를 밝혔다.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한 수요는 엄청 많아요.


회사에서도 '뽑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거든요.


이제 남성들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책임질 때가 됐어요."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