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노무현 대통령) "투기 이익은 마지막 한푼까지 환수할 것"(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 다음달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구두경고 강도가 날로 세지고 있다. 아직 대책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극단적인 발언이 잇달아 쏟아지자 시장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잇단 고강도 엄포는 정책 기대의 '거품'을 일으켜 정작 발표 후엔 대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것이란 지적이다. 당국자들의 '오럴 해저드(oral hazard·입의 해이)'가 걱정된다는 얘기다. ◆강도 높아지는 구두 경고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18일 KBS1 라디오에 출연해 부동산 종합대책과 관련, "투기 이익을 마지막 한푼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제헌절을 맞아 김원기 국회의장이 초청한 5부 요인 만찬에서 "(부동산 대책을) 처음에 보다 다부지게 했어야 했는데 다소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어 또 다시 하게 된 것"이라며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예고한 엄포로는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제도를 만들 것"(지난 3일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부동산 투기는 사회적 범죄행위"(6일 이해찬 국무총리),"투기는 사회적 암"(11일 이 총리) 등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부분이 정책 방향에 대한 분명한 설명 없이 그저 대책의 강도가 셀 것이란 점만 강조한 게 특징이다. ◆정책 실효성 떨어뜨릴 수도 당국자들이 경쟁적으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예고하자 시장에선 '도대체 어떤 대책이 나오기에…'라는 의문이 일고 있다. 특단의 초법적 대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기도 한다. 청와대 일각에서 토지 공개념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부동산 소유 억제 장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와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내달 발표될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거래 투명화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안정적 아파트 공급 확대 등의 범주에서 마련되고 있다"며 "합법적 수단만 동원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대책은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민적 동의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더구나 과거 토지초과이득세 등 토지공개념적 초법 조치가 사실상 위헌 판결을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에 대책의 강도와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고위 당국자들의 잇단 초강경 발언은 투기 근절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는 보여줄지 모르지만 정작 대책이 나왔을 때 예상 수준을 넘지 못하면 더 큰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는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 엄포를 놓으면 마치 초법적 조치가 나올 것 같은 인상만 시장에 줄 뿐"이라며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경제 원리에 맞는 합리적 대책을 만들어 확실하게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