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마케팅 '팅하오' .. 국제미인대회 유치, 지역경제 '화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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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에 '미녀(美女) 바람'이 불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대외 홍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국제 미인대회를 경쟁적으로 유치하는가 하면 미녀를 외자유치 전담 공무원으로 내세우는 일까지 연출하고 있다.
미인들은 기업들의 마케팅에서도 단골 주역으로 성가를 올리고 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표방하기 전까지 중국에서 미녀는 주목받지 못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자본주의의 부패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미인대회는 '여성의 상품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 금기시돼 왔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자본주의 물결이 밀려들면서 이 같은 금기가 깨져 이제는 미녀를 '생산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987년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미인 선발대회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에서 미인이나 모델을 선발하는 이벤트가 줄을 잇고 있다.
성형미인대회까지 열릴 정도다.
중국 하이난성의 싼야시가 2003년과 2004년 연속 미스월드 대회를 유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싼야시는 미스월드 개최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부었지만,지구촌이 지켜보는 미스월드 대회를 통해 전 세계에 홍보하는 효과를 거둔 것은 물론 막대한 TV 중계권료도 챙겼다.
싼야시는 아시아 최고 갑부인 리카싱(李嘉誠)이 최근 7성급 호텔을 짓겠다고 발표한 곳으로 관광을 주축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인대회 개최 열기는 뜨겁다.
오는 30일에는 중국의 명산 황산에서 57개국 58명의 미녀들이 출전하는 미스 컨티넨털 결선 대회가 열린다.
앞서 지난 2일에는 항저우에서 미스 관광 퀸 인터내셔널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심지어 지방정부가 미녀를 투자유치 최전선에 배치하기도 한다.
최근 장쑤성의 안펑진(鎭·한국의 읍이나 면 수준)은 미인대회를 열어 우승자를 투자유치국 부주임에 맡기기로 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미인들은 기업의 마케팅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 15일 베이징 차이나월드호텔에서 열린 한국 휴대폰 업체 팬택의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는 늘씬한 미녀들로 이뤄진 전자 바이올린 연주팀이 흥을 돋웠다.
이 전자 바이올린 연주팀은 중국 내 기업 행사에서 단골로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중국에서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는 음식점들은 늘씬한 여성 종업원들이 입구에서 손님을 맞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음식점은 너무 나가 낭패를 보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쿤밍시의 일식 음식점은 여성의 나체 위에 초밥과 생선회 등을 진열해 놓고 이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이른바 '나체 초밥'을 선보였다가 중국 정부로부터 금지조치를 당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여성의 상품화 정도가 너무 심해지고 있다며 '미녀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