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준 쎌바이오텍 사장은 바이오벤처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어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미팅을 자주 갖는다. 올해 47세로 중견 CEO 대접을 받는 그지만 이 모임에 가면 영락없는 막내다. 주요 바이오 벤처업체 CEO들이 대부분 50대를 넘은 연장자들인 탓이다. 20~30대 CEO가 즐비한 벤처업계에서 유독 바이오 분야에서만은 50대 이상의 CEO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바이오의 특성상 대개 창업자들이 오랜 연구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한 후에야 벤처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력이나 연구 경력이 다른 벤처 분야에 비해 훨씬 '빵빵한' 것도 특징이다. 한문희 프로테오젠 사장은 올해 70세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에서 생명공학연구원의 전신인 유전공학센터를 만들었던 한 사장은 정년 퇴임 후인 지난 2000년 65세의 나이로 단백질칩 개발업체인 프로테오젠을 창업했다. 김완주 씨트리 회장은 올해 63세로 1998년 56세에 회사를 세웠다. 김 회장 역시 한국화학연구원 의약연구부장과 한미약품 부사장을 거치며 미생물과 제약 분야에서 장기간 연구 경험을 쌓았다. 바이오벤처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세 랩프런티어 사장(62)은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조교수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컨트롤센터장,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지낸 후 2000년 벤처업계로 진출했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사장은 올해 57세로 쉰살이 넘은 지난 2000년 회사를 차렸다. 조 사장은 원자력연구소 연구원으로 출발한 뒤 럭키바이오텍연구소장,LG화학 기술연구원 생명과학연구소장 등 연구경력을 쌓았다. 올해 53세인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분자유전학실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에서 암연구소 분자생물학실장,유전자이식연구소장을 지냈다. 유전자 분야에서 오랜 연구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그는 48세에 이르러 회사를 창업했다. 김선영 바이로메드 사장(50)은 서울대 미생물학과 학내 벤처로 출발,1996년 회사를 설립했다. 김 사장은 서울대 교수로 유전자공학연구소장을 지내며 확보한 유전자 치료 기술을 연구해 왔다. 이 밖에 정 사장과 같은 40대로는 박한오 바이오니아 사장,양윤선 메디포스트 사장,구본탁 인바이오넷 사장,라정찬 RNL생명과학 사장,배은희 리젠바이오텍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정 사장은 "정보기술(IT) 같은 분야에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창업할 수 있어 젊은 경영자들이 많지만 바이오 분야는 그렇지 못하다"며 "대개 10년 이상 연구기간을 거친 기술로 상품화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이든 경영자들이 많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