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시대가 버리고 간 고아' 출자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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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
CEO를 상대로 한 어떤 조사에서 70%가 우리 경제는 장기불황에 들어섰고 주요 이유는 투자부진에 의한 성장잠재력의 저하를 들었다.
경제성장률 추이를 보면 1993~1997년 평균 6.88%,1998~2002년 평균 4.38%,2003~2004년 평균 3.85%로 하락했고,설비투자율은 같은 기간 8.64%에서 5.32%로,1.3%로 떨어졌다.
투자는 않고 경영권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우호주식 확보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수천억원의 현금을 쌓아둔 대기업이 많고,소버린과 SK의 경영권분쟁 후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2004년 외부감사대상 제조대기업의 평균 영업활동 현금수입은 912억원,투자활동 현금지출은 646억원,차액 266억원은 자사주 매입,배당,부채상환,현금보유로 나타난 한국은행의 현금흐름 조사가 지금 상황을 증명한다.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개혁정책을 통한 시장질서의 확대는 바라던 대로 효율성과 공평성을 증대시키기는커녕,우리 경제의 장기적 활력을 파괴하고 빈부격차와 사회갈등을 증폭시켰다"고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말했다.
재벌과 관련해 "과다한 차입경영,무분별한 다각화,피라미드식 출자 등 '부당한' 수단을 통한 '가공자본'의 창출에 기초한 기형적인 기업구조라는 인식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전문화만 추구했다면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주축산업들의 발전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계열출자는 "가공성 자체보다는 얼마나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는가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신산업에로의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 완화,금융회사의 우호지분 소유,국민연금기금의 '국민지분' 등을 통한 안정지분 확보의 지원을 제안했다.
지난주 정부가 '시장감시'를 통한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시장개혁 3년 로드맵'에 따라 발표한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에 관한 정보공개"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시장경제의 요체는 '공정과 경쟁'이다.
'불공정과 독과점'은 규제하지만 '크다'고 규제하는 선진국을 본 적이 없다.
500여개 상장기업을 다 팔아도 코카콜라 하나 정도인데 재벌개혁은 문 걸어 놓고 자기 새끼 매질하는 형국이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WTO체제가 들어선 지 10년이 지났는데 너무 '쇄국적'인 시각이 아닌가 한다.
계열출자규제는 2차대전 후 전쟁책임을 물어 일본 재벌을 해체하기 위해 상호주식보유를 금지한 맥아더의 '점령정책'의 하나였다.
그것도 얼마 후 1953년에 "시대가 버리고 간 고아"가 돼 폐지돼 버렸는데 우리는 30년 후 1986년 '경제력집중 억제'를 목표로 출자규제를 도입했다.
1997년 IMF의 구조개혁 권고안은 재무상황의 투명성 이외에 출자규제에 대해 아무 말도 없었다.
행정법상 정보공개는 '고액 체납자 명단'과 같이 법규위반자에 대한 징벌로서 법의 근거에 따른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데,'경제력집중'은 위법도 아니고 '시장개혁 3년 로드맵'은 법규도 아니다.
'시장감시'라는데 '시장'이라는 '개념'이 법률상 무슨 감시를 한단 말인지.논문에나 나올 법한 '소유지배 괴리도'니 '의결권승수'니 하는 생소한 개념까지 동원한 것은 행정권의 과욕이요 법치의 일탈이 아닌가 한다.
족벌경영의 모토로라,비공개법인인 벡텔,11개 사업부의 세계최대 복합기업 GE의 경영방식이나 지배구조를 미국은 간섭하지 않는다.
H그룹은 업종별로 분리됐던 회사를 하나로 합병해 원천적으로 출자규제와 상관없는데,사업부문별로 분사한 다른 H그룹은 출자규제를 당해야 하니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의 허구성을 말해 준다.
정부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는 투자가 될 수 없고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