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광장, 광고판이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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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가 미국 뉴욕 맨해튼을 닮아 가고 있다.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러시아 경제가 고유가를 배경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내 곳곳에 해외기업들의 화려한 대형 옥외 광고 설치가 러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과거 공산주의 시절 음침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던 모스크바 시내는 이제는 대형 TV스크린과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으로 뒤덮여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보다 훨씬 더 화려하게 변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에서는 사회주의 영향으로 대형 현수막 등을 활용한 옥외 광고가 전통적으로 인기를 끌었다"며 "특히 모스크바에는 대형 건물과 넓은 광장이 많아 옥외 광고가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관련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급성장하는 옥외 광고시장
러시아는 최근 5년간 연 7%대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신흥 갑부들이 대거 등장하고,일반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종전보다 한결 두둑해졌다.
그 결과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아르마니 구찌 등 명품 상점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경제성장을 타고 광고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연 평균 30%에 달하는 성장가도를 달려 올해 말에는 50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광고시장의 성장률이 연 4%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성장 속도다.
러시아 광고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옥외 광고가 유난히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모스크바 시내 중심에 위치한 리아 노보스티 빌딩에는 축구장 크기의 모토로라 휴대폰 광고판이 내걸려 있고,크렘린 궁 바로 옆 빌딩에는 롤렉스시계 광고 현수막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과거 공산주의 시절을 겪으면서 대형 현수막을 이용한 각종 선전문구에 익숙해 있는 데다 맥주 담배 등은 각종 정부 규제로 TV 및 신문 광고가 금지돼 있어 기업들은 옥외 광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외 광고업체도 진출 러시
세계적인 광고 업체들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광고회사인 WPP그룹은 지난 4월 러시아 최대 광고 에이전시인 비디오 인터내셔널과 합작사를 설립,옥외 광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지난 5월 러시아 옥외 광고 사업에 1억28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광고시장 리서치업체인 에스파르 애널리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러시아의 대형 옥외 광고 건수는 3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만5600건에 달한다.
이 회사의 앤드레이 베리오즈킨 대표는 "5년 전 2억달러 미만이던 러시아의 옥외 광고시장은 올해는 전체 광고시장의 20%에 해당하는 10억달러에 육박하고 내년에는 12억5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WSJ는 "러시아 경제가 고도 성장을 지속하는 한 옥외 광고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