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술인의 '블루오션' 길거리 철학관 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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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요?"
"네가 눈이 높아서 그래.심성 착하면 조건 보지 말고 그냥 사귀어."
19일 오후 서울 종로3가 지하철역 환승통로.하루 유동인구가 30만명인 이곳에 '운세백화점'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상담자로 나오는 14명의 역술인 1인당 20~30명씩 모두 400명 가까운 손님이 드나든다.
가격도 3000원에서 1만원 사이로 여타 철학관(3만~5만원 이상)이나 사주카페(1만~1만5000원)보다 훨씬 싸다.
특히 젊은이들이 관심이 많은 연애운,취직운 등만 따로 볼 경우에는 3000원이면 된다.
초등학교 교사 이정은씨(25·여)는 "퇴근길에 있는 데다 가격 부담도 없어 난생 처음 점을 보았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역술인들이 이처럼 '길거리 철학관'을 세운 곳은 지하철역뿐만 아니다.
동대문 쇼핑몰과 멀티플렉스 극장,심지어 찜질방에까지 역술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이 '바깥'으로 진출하게 된 것은 뭐니뭐니해도 불황 때문이다.
서울 미아리에서 철학관을 운영 중인 최모씨(57)는 "4~5년 전만 해도 전국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올라온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사람 많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출장 영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로3가역 '운세백화점'에서 활동 중인 역술인 김모씨(57·여)도 "사람들이 역술인을 찾아오지 않으니 역술인이 사람들을 찾아 나온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러 '출장지' 중에서도 역술인들에게 가장 짭짤한 수입을 올려주는 곳은 지하철역.명동,광화문 등 서울시내에만 10여곳의 지하철역에 '길거리 철학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의 역술인들은 하루 평균 20~30명의 손님들로부터 15만원가량을 벌어들여 관리인 측과 반씩 나눠 갖는다.
매출액은 사무실에서 영업할 때와 비슷하지만 집세 등 비용이 일절 들지 않아 순이익은 전보다 늘어났다고 역술인들은 귀띔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