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2의 토지공개념제'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투기를 잡는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공감하지만 부동산 보유세를 획일적으로 강화할 경우 투자 위축은 물론 경영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중장기 사업을 위해 사업용 토지를 미리 확보해두려는 기업들의 전략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정부가 도입하려는 새로운 형태의 토지공개념에 대해 투자를 저해하고 원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에 임원 개인 명의로 부동산을 확보하는 현실을 무시한 채 미처 사업용 자산으로 편입하지 않은 나대지에 엄청난 보유세를 물린다면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은 상당한 규모의 사업용 토지를 미개발 상태로 보유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강정구 대양에스티 대표(상업용조리기계조합 이사장)는 "현재도 공장면적 500평(1650㎡) 이상에 대해 준공 시점에 맞춰 형질변경에 따른 개발이익의 25%를 환수토록 돼 있으나 부과가 중지돼 있을 뿐"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방향으로 개발이익환수제가 강화될 경우 중소기업인들의 투자 의욕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또 새로운 형태의 토지공개념이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지금의 부동산정책은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토지공개념도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위험한 발상"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부가 부득이 토지공개념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기업들의 투자 수요 자체를 막는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토지공개념이 재산권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형태로 입안될 경우 헌법 소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인 토지의 공공성 확대 방안은 모든 토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투기 목적의 나대지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므로 기업들의 사업용 토지에 세금 부담을 높여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훈·송태형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