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은 그야말로 옛말이다. 요즘 스님들은 목욕탕에서 일회용 면도기로 혼자서 머리를 깎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전에는 한 달에 두 번씩 스님들끼리 2인1조가 돼 '삭도(削刀)'라는 전용 칼로 서로 머리를 깎아주었다. 머리를 깎으면 기가 위로 모인다고 해서 삭발일 점심에는 기를 내리는 찰밥을 먹었다고 한다. 이처럼 사찰에서 전해 내려온 풍속들의 의미와 내용,시대적 변화 등을 정리한 '불교풍속고금기'(박부영 지음,은행나무)가 출간됐다. 저자는 조계종단이 발행하는 불교신문 편집국장.그는 이 책에서 스님들의 수행생활과 일상생활,대중생활,세시풍속 등 50가지 주제를 선정해 석가모니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변화과정과 경전 등 문헌적 근거,일화 등을 소개했다. 예컨대 스님들은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계율에 없는 내용이라고 한다. 석가모니는 "쌀밥 보리밥 기장밥 조밥 생선 고기 국 젖 채소 뿌리 잎 꽃 열매 기름 참깨 등 갖가지 음식을 먹어라"고 했다. 먹어도 되는 음식에 고기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고기를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신도들이 주는 대로 먹으라는 뜻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술은 어떨까. 석가모니는 "여덟 가지 술을 마셔도 좋다. 취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때나 마셔도 좋고 취했거든 마시지 말라.오늘 받은 술을 내일에 먹지 말라"고 했다. 마셔도 되지만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석가모니는 또 수행자들의 입에서 냄새가 나자 양치질을 권하면서 "양치질을 하지 않으면 다섯 가지 허물이 있으니,입에서 냄새가 나고,맛을 분별하지 못하고,열기가 더하고,음식이 당기지 않고,눈이 밝지 못하다"고 경계했다. 이 밖에도 출가 과정과 법명 부여,발우공양,스님들이 메고 다니는 걸망과 가사,선원 곁방인 지대방,다비,청소,빨래 등에 이르기까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찰 문화와 풍속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320쪽,1만3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